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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논란'에 체면 구긴 금감원, 고강도 제재카드 뽑아들까

금감원 "하나금융 검사 중단 아닌 보류…회장 선임 후 재개"

2018-01-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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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 개입 논란에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일정대로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소화하고 있다. 회장 후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회장 인선이 끝난 뒤에 추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당국이 보복성 제재 등으로 '위신 세우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금융당국의 금융사 감독과 제재 권한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찍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 3명을 선정했다. 김정태 현 회장과 최범수 전 KCB 사장,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이다. 최종 면접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김정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회장 선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는 내정자 신분을 유지해야하는데, 그전에 당국의 검사 결과가 김 회장의 거취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때 '금감원의 하나금융 검사가 중단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이날 "검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월 금융지주사 검사 일정에서 하나금융이 검사 대상 중 하나였다"며 "금감원 검사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회장 선임절차가 정리된 뒤 재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발 물러선 금융당국이 제재와 감독 권한을 이용해 또다시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금감원은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채용비리, 중국 특혜대출 의혹 등 기존에 확보한 자료를 중심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당국이 한발 물러서는 듯하지만 당국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한 만큼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표적검사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초 김정태 회장의 연임 이슈에 대한 금감원 조사의 명분으로 하나금융 노조의 특별 검사 요청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련 조사는 노조의 검사 요청이 있기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검사 요청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구했고, 금융당국의 명분쌓기용이었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지주사에는 그동안 관치 그림자 늘 짙게 배어 있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기존 금융사 CEO에 대한 고강도 검사가 진행되고, CEO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부의 '낙하산'이 내려오는 식이다. 지난 2009년 KB금융 회장에 내정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금감원 검사에서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앞서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던 황영기 전 회장은 금융위가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1조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자 2009년 1년여 만에 회장직에서 하차했다. 2010년 3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에 성공했지만, 그해 10월 금감원이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중징계 방침을 통보하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신호는 금융당국에 수위 조절을 하라고 사인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금융당국은 조직 우선주의라는 게 있기 때문에 윗선에서 눈치를 주더라도 없는 명분도 만들어 개입할 수 있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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