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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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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②현대차, 천하국가론으로 혁신하라

2018-02-19 07:00

조회수 : 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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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서 군주괘를 의미하는 비(否)는 소인의 괘다. 군자의 일에는 이롭지 않다는 뜻에서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고 했다. 비괘의 괘모양을 보면 윗부분은 하늘이고 아랫부분은 땅이다. 결국 하늘은 하늘대로 올라가고 땅은 땅대로 내려가서 기업리더십과 구성원들이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기업의 상하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과 소비자 역시 따로 노는, 서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현대차의 미래가 점점 어둡다. 그래서 주역은 비괘에서 큰 것은 가고 작은 것이 온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의 실적도 흑자에서 적자로 가는 기로에 서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리더십 변화 요구에 직면한 현대차
 
공자는 비괘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해설을 내놓고 있다. 공자는 “이것은 하늘과 땅이 서로 교섭하지 않아 만물이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며, 상하가 서로 사귀지 않아 천하에 나라가 없는 것이다. 안은 그늘지고 밖은 밝다. 안은 우유부단하고 밖은 강경하다. 안으로는 소인이 있고 밖으로는 군자가 있으니 소인의 도는 자라나고, 군자의 도는 꺼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2017년 말 현대차의 인재영입과 관련, 언론에 보도된 조직문화와 이직에 관한 내용을 이에 비춰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가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지만 정작 국내 연구개발(R&D) 경력자들은 현대차로의 이직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인재를 데려왔어도 내부 조직문화는 경직된 상태인 데다 급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R&D 센터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환경도 척박하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은 현대차 R&D로의 이직을 기피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2017년 출시한 제네시스 G70. 사진/현대차
 
그렇다면 주역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괘에 해당하는 현대차는 회생이 불가능한 하향곡선과 같은 암울한 미래만 있을까. 동아시아 문명은 다른 해답을 제시한다. 주역은 원래 이름이 역(易)인데, 주나라의 역경(易經)이라는 뜻에서 주역이라고 불렀다. 주역의 핵심 메시지는 ‘변화’다. 6개의 음양으로 구성된 괘사가 하나하나의 경우에 따라 ‘양에서 음으로’, ‘음에서 양’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이론적인 방법으로 전제하고 있다. 비괘에서 기업리더십을 의미하는 것은 6개 괘사 중 다섯 번째, 구오(九五)다. 구오는 ‘양에서 음으로’ 변할 수 있는데, 힘을 빼고 부드럽고 중정한 형태로 바뀌면서 비괘가 진(晉)괘로 바뀐다. 구오의 변화는 기업리더십에도 변화를 준다. 현대차가 비괘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으나 핵심 리더십을 의미하는 구오를 변화시키는 게 문제의 근원적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인식변화가 지속가능한 경영의 열쇠
 
비괘 가운데 기업리더십을 의미하는 구오는 “소인이 휴식을 취하니 대인이 길할 것이다. 혹시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조심하여야 열매가 겨우 뽕나무 떨기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는 뜻이다. 그래서 주 문왕은 이 괘사에서 대인이 대길하다고 한 것은 그 처해있는 지위가 정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기업리더십 변화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변화를 동반해야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이 될 수 있다.
 
비괘는 ‘천하에 나라가 없는 것’을 경계했다. 천하를 얻는 것이 나라든 국가든 글로벌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그래서 글로벌 경영에서는 기업에서도 평판(Reputation)이 가장 훌륭한 덕목이 되고 있다. 커피에 비유하자면 소비자들은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커피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동아시아 문명론이 제시하는 천하국가(天下國家)론으로의 큰 변화가 기업의 미래를 소생시킬 것이라는 함의를 준다. 천하국가론은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동아시아 문명의 기본 방향이 될 수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천하국가론에 대한 구체적 모습은 <중용>에서 찾을 수 있다. 중용에서는 “무릇 천하국가를 경영함에 구경(九經)이 있으니, 그 행하는 것은 한 가지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구경이란 스스로 몸을 닦고, 어진 사람을 높이고, 가까운 사람을 더 친하게 대하고, 정무적 관료를 공경하고, 실무적 관료를 내 몸처럼 여기고, 일반 서민을 내 자식으로 여기고, 기술직 장인들을 초청하고, 먼 곳의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고, 세상의 제후들을 안아 품는다. 구경이야말로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면서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동아시아 기업문명의 정신이고 뿌리다. 현대차의 글로벌 리더십은 단순히 기술적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만 있지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차세대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서둘러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세계시장에서 동아시아적 문명의 정신에 입각,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천하에서 현대차라는 기업의 브랜드와 근거를 확고히 할 수 있다.
 
기술투자 주문하는 ‘손(損)괘’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손(損)괘다. 현대차가 자신의 부(富)를 덜어내 글로벌 네트워크를 돕는다면 그들이 현대차의 기업리더십에게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에게는 길할 것이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 또 일을 맡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가는 곳에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주나라 문왕은 손괘를 좀 더 직접적으로 해석했다. 이 괘사에 대해 “아래쪽에 있는 것을 떼어 위쪽으로 보냈으니 그만큼 손해가 난다”고 해석했다.
 
리더십 측면으로 보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떼어다가 최첨단 자동차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전기차 기술이나 다른 차세대 차량 기술을 갖고 있는 글로벌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손괘의 핵심적 메시지는 부(孚)다. 이 한자는 어미 새가 새끼의 부화를 위해 알을 품는 형국이다. 어미는 새로운 생명을 부화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다. 주역은 현대차의 기업리더십에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어미새가 알을 품는 듯한 정성을 요구한다. 글로벌 연구네트워크에 공을 들이는 등 새로운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정성을 다해야만 새로운 모델의 차량을 출시(부화)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최근의 언론보도 등을 보면 현대차의 인식 개선은 더욱 절실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7%로, 폭스바겐(7.3%)과 도요타(3.7%)보다 적다. 투자 총액을 봐도 폭스바겐은 지난해 16조원 넘게 쏟아부어 현대차와 격차가 컸다. 현대차 계열사들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현대차 계열사는 손(巽)괘에 해당하는데, 그냥 손괘가 아니라 아래와 위 모두 손괘인 중풍손(重風巽)이다. 그 의미는 위도 바람, 아래도 바람이다. 계열사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성장을 멈추고 정체기에 빠진 만큼 직원들에게 고임금을 주던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과 2015년 800만대를 넘겼던 현대·기아차는 2016년 788만대로 판매량이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25만대로 추락했다. 지난 2011년 9%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5%대까지 떨어졌다.
 
언론보도를 보면 현대차 직원들 사이에서 이직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런 문화에 대응하는 해법은 위와 아래에서 바람이 불고, 위와 아래로 정성을 다해서 그 소명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상하관계에서 지시를 할 때 단순히 ‘이렇게 해라’고 해도 되겠지만, 보다 더 정성스럽게 해야 뜻한 바가 이룩된다는 의미다. 위에서 지시를 순하게 명하면 아래에서 순하게 명을 받들어 따르니 상하가 모두 바람을 받는 형상이다. 손괘는 기본적으로 적은 것이 형통하니 가는 것이 이롭고,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는 게 기본적 의미다. 이는 일이 크게 잘 되지는 않고 손해가 나는 대로 잘 되므로 ‘소형(小亨)’, 작게 형통한다고 했다. 계열사에서 구성원들이 바람처럼 나가는 경향이 있고, 나아가서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고 있다.
 
현대차가 1975년 생산한 국산자동차 최초의 브랜드 '포니'. 사진/뉴시스
 
전치가 시장,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위기이자 기회
 
협력업체들은 동인(同人)괘에 해당한다. ‘들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형통할 것이며, 큰 내를 건널 때 이로울 것이다’고 풀이할 수 있다. 현대차의 협력업체들에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이들은 현대차의 협력업체로 있었지만,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여건 속에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은 자동차 부품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고히 할 수도 있다. 또는 협력업체 중에서 가솔린 차량이 아닌, 전기차로 완성차 시장으로 진출하는 협력업체도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동인괘의 힘이다.
 
실제로 언론보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부품업체들까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낮은 업체들은 판매처를 다변화해 사드보복 위기를 탈출하고 있지만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구성원들은 절(節)괘다. 절은 마디로 더하거나 덜하지도 말고 딱 맞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절도에 맞는 것으로 법도와 표준, 기본이 다 같다는 의미다. 예의범절이니 충절이니 하는 말은 모두 이 절도에서 나왔다. 성심껏 실행을 하면 자연히 절도에 맞게 되는데, 이런 절도라야 제대로 된 절도다. 반대로 절도를 정해놓고 억지로 맞추려고 애를 쓰는 것은 절도를 맞추는 데 급급해서 고절(苦節)로 변한다. 고절은 제도만 지키려고 지나치게 딱딱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고절은 절도에 어긋나는 것으로 현대차 구성원들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현대차는 한국 제조업의 여전한 주축이다. 구성원들에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절도다. 노동의 법도와 표준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노사문제와 관련, 비정규직 문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한국 노사관계의 표준을 제시해 왔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아다. 현대차 구성원들에게 노사관계의 절도가 요구된다.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원칙에 근거한 고절이다. 산업사회의 대규모 공장제 생산체계에서 유효했던 노사관계의 표준이 청년알바와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적인 사회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시대에 고절이 아니라 절도 있는 표준적인 노사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현대차 구성원들에 사회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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