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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체력 저하…4만달러까지는 '험로'

잠재성장률·환율 등 주요변수…"내수·수출 균형성장 등 여건 갖춰야"

2018-02-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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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가시화되면서 다음 단계인 4만달러 달성 시점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 국가의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소득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4만달러 달성 시점이 앞당겨질 요인보다는 늦춰질 요인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한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이후 3만달러 시대 개막까지 10여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던 우리와 달리 일본(4년), 스웨덴(4년), 노르웨이(5년), 독일(6년), 덴마크(6년)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1인당 3만달러 진입에 성공했다. 1인당 3만달러 달성 이후에도 거시경제 여건이 양호하게 유지된 결과다. 
 
현대연은 자체분석에 따라 2016~2020년 중 약 2.7%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12~2025년중 3.4%, 2026~2030년 2.0%로 하락하면서 1인당 4만달러 달성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뜻한다. 한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2000년대 초반 5% 내외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들어 3%대 초중반으로 하락했으며, 2016~2020년중에는 2.8~2.9% 수준을 보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3% 내외인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와 2%대 후반대의 잠재성장률이 당분간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은 2023~2024년경으로 예상된다. 현대연이 향후 경제성장률을 최저 2%에서 최고 3.5%로 가정하고 경제성장률에 따른 1인당 국민소득 전망을 추정한 결과 4만달러 도달 시점은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2027년, 3.5%일 경우 2022년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이 2.5%, 3%일 경우에는 각각 2024년, 2023년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5년 같은 분석에서 도출된  4만달러 달성 시점(2021년)에 비해서는 시기가 늦어진 것이다.
 
오준범 현대연 선임연구원은 "추정 방식은 과거와 같지만 잠재성장률 가정과 환율 수준이 바뀌면서 추정 결과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 시나리오가 3% 중반의 잠재성장률 유지를 전제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가 이번 추정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환율도 중요하다. 정부는 올해 작년 12월21일 원·달러 환율인 1083원을 기준으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시점을 앞당긴다.
 
현대연이 2016년 이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한 26개국을 분석한 결과 3만달러에서 4만달러  달성까지 소요된 평균 기간은 4.32년이었다.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로 한정하면 평균 4.9년이 소요됐다. 중동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4만달러 달성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은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은 3만달러 진입 후 평균 3%대, 캐나다와 스웨덴은 2%대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4만달러 진입 전인 스페인, 이탈리아는 각각 0.0%, -0.2%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노동생산성 개선, 높은 고용률과 낮은 실업률,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시 성장도 4만달러 달성 국가들의 공통점이었다. 또한 독일을 제외한 4만달러 달성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은 1.5명을 상회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1.3~1.4명의 출산율을 보였다. 경상수지와 활발한 외국인 직접투자, 양호한 국가부채, 높은 과학·기술 경쟁력 수준, 평균 이상의 정부 효율성 등에서도 4만달러 국가의 차별화가 이뤄졌다.
 
현대연은 “한국의 경우 안정적인 거시경제, 연구개발 투자 부문에서 4만달러 달성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높은 수준이지만 내수와 외수의 불균형, 과학기술 투자의 낮은 성과, 부족한 사회적 자본,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모습”이라며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대내외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률 시나리오별 1인당 국민소득(GNI) 전망. 자료/현대경제연구원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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