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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도약하는 K-BIO)②코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성공 키워드는 '스피드·신뢰도'

초기 시장선점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원가절감·자료축적 필승전략…해외진출 성공모델 주목

2018-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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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초기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장기투자를 바탕으로 원가절감, 해외임상 데이터 확보 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200조원으로 추산된다. 오리지널약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초기 단계다. 바이오시밀러 글로벌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이오신약의 고가 약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재정 부담으로 바이오시밀러 전세계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에는 시장 규모가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유럽이 40% 미국이 20%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은 2006년 바이오시밀러 1호를 허가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미국은 유럽보다 10년 뒤인 2015년 첫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했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35개, 미국에서 10개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판매 10대 바이오의약품은 '휴미라(18조원)', '엔브렐(10조원)', '레미케이드(9조원)', '리툭산(8조원)', '아바스틴(7조5000억원)', '허셉틴(7조5000억)', '란투스(7조원)', '뉴라스타(5조원)' 등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0대 바이오의약품 중에서 4개 제품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는 양상이다.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각각 램시마, 트룩시마)를 2013년 유럽과 2016년 미국에서 최초 발매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베네팔리)를 유럽에서 최초 상용화했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에 이어 두번째로 허가(2016년 유럽명: 플릭사비/2017년 미국명: 렌플렉시스)를 받았다.
 
의약품은 초반 선점이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 바이오신약의 후발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도 마찬가지다. 경쟁사보다 빨리 출시해야 시장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는 병세에 이상이 없는 한 한번 처방한 의약품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수요를 예상하고 2002년 설립돼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에는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때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그룹사의 전폭적인 투자로 빠르게 기술력이 성장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공비결도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하는 전략에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각국에서는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등 저렴한 의약품 처방을 권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를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6만리터 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14만리터에서 31만리터로 증설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다.
 
해외임상 데이터 확보와 다국가 임상시험 역량도 중요하다. 의약품의 품질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다. 보수적인 의료진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데이터 축적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머징마켓 진출조차도 선진국 수준의 임상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해외임상 데이터 확보를 기본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이오시밀러는 국산의약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의 글로벌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17년 매출액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액은 3150억원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1조원 매출은 2014년 유한양행이 최초 달성했다. 1897년 근대 제약산업이 출현한 이후 110년이 넘게 걸렸다. 창립 20년된 바이오회사가 오랜 전통의 제약사를 앞질러 업계 1위를 넘보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 제약사는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3개사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의약품이 2000년대 이후 해외진출에 나서면서 선진 수준의 R&D와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 성공은 전무해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며 "바이오시밀러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을 한단계 진보시켰다는 상징성이 크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강국으로의 도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7년 2월 열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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