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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부양 의무 미이행 직계존속 상속권' 민법 조항 합헌 결정

헌재 "부양 의무 이행 개념 상대적…상속결격 명확한 판단 어려워"

2018-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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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민법 조항은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민법 제1004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은 법정 상속제도로서 혈족상속의 원칙을 채택하면서 심판대상 조항에서 상속결격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가족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속결격 사유로 삼고 있지 않다. 이처럼 부양 의무의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법정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법정 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피상속인을 부양했다고 해서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개별 가족의 생활 형태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부양 의무 이행의 방법과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양 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도 직계존속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상속결격 사유로 본다면 과연 어느 경우에 상속결격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이에 관한 다툼으로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상속 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상속인은 생전 증여나 유언에 의한 증여를 통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에게 부양 의무를 다한 직계존속에게 더 많은 비율의 재산을 상속하게 할 수 있다"며 "특정 상속인이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해 특별히 기여했을 경우에는 상속분 산정 시 해당 부분을 기여분으로 인정받는 것도 가능하고, 부양 의무를 이행한 직계존속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다른 직계존속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981년 6월 B씨와 결혼해 그해 7월 딸을 출산했다. 이후 1985년 9월 B씨와 이혼한 A씨는 딸은 혼자 키웠지만, 딸은 2011년 3월 교통사고를 당해 다음 달 사망했다. 딸은 사망 당시 금융기관에 800만원 상당이 예금이 있었고, 생전에 체결한 보험으로 법정 상속인에게 보험금 2억3000만원 상당이 지급됐다. A씨는 B씨가 딸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아 상속결격자로 봐야 한다며 상속받은 금액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2016년 8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A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에 해당하면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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