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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국민 자동차를 되돌려 받아야 할 때

2018-03-08 08:00

조회수 : 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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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금융부장
1980~1990년대의 대우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자동차 산업과 경제 성장을 이끄는데 선봉에 섰던 기업이다.
 
80년대 독일 자동차 기업 오펠이 개발하고,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한 르망은 현대차 엑셀과 함께 국내 소형차 시장을 키웠다. 당시 서민들에게 르망은 성공의 상징이기도 했다.
 
대우자동차가 국내 경제와 ‘함께 했다’는 대표적인 차종이 다마스와 티코, 마티즈다. 다마스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발이 되어준 경상용차다. 당시 복잡했던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고 값도 싸 영세 상인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GM에 인수된 이후까지 생산되기도 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기술을 들여와 제작한 경차 티코는 부의 상징이던 자동차 가격을 낮춰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시 가격이 싸 티코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유머가 나올 정도였다. 이후 대우자동차는 티코를 업그레이드 시킨 마티즈를 자체 개발해 내놨고, IMF와 맞물려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물론 대우자동차에 로얄시리즈, 에스페로, 아카디아, 매그너스 등 중대형 라인도 있었지만 대표적인 대우자동차의 이미지는 서민이었다. 서민, 국민과 함께한 대우자동차였다.
 
국민들이 국내 자동차 업체였던 대우자동차를 그리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GM이 대우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한 후 아시아 생산 공장 중 하나로 전락시키고, 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공장 폐쇄 운운하는 꼴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GM은 절묘하게 지방선거라는 국내 정치상황과 연계해 한국GM과 협력사 총 고용인원이 15만여명을 볼모로 정부 지원까지 받아 적자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부끄럽지만 정부는 이 같은 비열한 장삿속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됐다.
 
GM에 대우자동차 매각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꿴 건지, 한국GM의 경영관리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못한 건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국내 산업 성장이라는 정부 정책은 실패한 셈이다.
 
특히,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이 같은 상황이 예견됐음에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은은 2014년 이후 한국GM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영진단 컨설팅과, 감사를 하려 했지만 GM이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또 산은은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GM 철수 징후가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결국 산은은 재무적 책임이나 경영상황 진단 등 “할 일은 다했다”는 핑계만 늘어놓은 꼴이 됐다. 15만여명의 고용인원이라든지 국가 경제 등의 파장을 우려한다면 미리 정부에 알리고 국가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등 사전 대응을 했어야 했다. 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산은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산은의 역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더 이상 GM의 잇속 챙기기에 끌려 다니면 안된다. 일부에서는 이미 GM의 철수는 예견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일자리 유지 때문에 한국GM에 퍼주기식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산은은 철저한 실사를 통해 경영부실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한국GM의 경영권 인수나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과 연계한 지분 인수, 국민 참여 형식의 펀드 조성 등까지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GM을 이제 다시 국민들 품으로 되돌려 받아야 할 시기다. 서민들의 힘과 발이 돼준 ‘국민 자동차’로 말이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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