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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달…"현장 혼란 진화 시급"

의료현장·법률 간 괴리 커…"제도적 개선책 마련 필요"

2018-03-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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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한 달여가 지났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와 현장 애로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법안의 일률적용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허대석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등 전문가 10여명이 참석해 당면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환자에 한해 연명의료행위 지속 여부를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2016년 2월 제정 및 공포돼 지난달 4일부터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법과 현실 간 괴리를 아직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에는 의사가 의념의료를 중단할 경우 환자의사와 관계없이 살인 또는 살인 방조죄가 적용됐다. 법 시행 이후 환자의 의사가 확인 가능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등이 있으면 중단이 가능하다.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이를 환자 의사로 본다. 하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 명시된 이들만 가족에 포함돼 사실혼 관계 또는 친인척이 사실상 가족인 경우 인정이 되지 않는 점은 의료진의 판단에 걸림돌이다.
 
또 사전에 본인에게 직접 해당 여부를 묻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크고, 가족 역시 소통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환자와 환자가족의 90% 이상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수는 10% 미만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환자의 연명의료정보 처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도 작성 및 등록기관과 확인 및 이행기관 간 원활치 않은 연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환자가 연명의료 관련 서류를 작성해 등록을 했다 해도 갑작스럽게 실려 온 응급시설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어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연동이 된 경우라도 응급실로 호출된 전문의가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를 확인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환자주민등록번호 등을 전산 상에 직접 입력해야 연명의료행위 여부를 결정 및 시행할 수 있다. 1~2분내 조치를 취해야하는 응급 환자를 두고 이행하기에는 비현실적이다.
 
허대석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연명의료법을 실시한 대만에서는 사전에 계획서를 작성한 이들에게 카드가 발급되는데 해당 카드에 연명의료 거부 여부 등 환자의 정보가 들어있어 의료진이 즉각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본인은 물론 가족의 동의조차 구하기 어려운 의식 없는 무연고자나 독거노인 및 외국인 등에 대한 제한적 대리결정 제도 필요성, 연명의료중단 결정과 이행까지 환자 판단서·환자 의사 확인서·연명의료중단 결정 이행서 등을 작성해야하는 과도한 서식의 간소화 등도 과제로 꼽혔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법 시행에 있어 현장 의견을 많이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참고해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라며 "인프라 확충과 예산, 인력 등을 확보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활성화 기반 마련 등에도 힘쓰겠다"고 답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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