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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 '수면 바로알기'

국내 불면증 환자 약 54만명…'수면장애=질병' 인식 필요해

2018-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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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이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인의 수면이 위태롭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54만명에 달했다. 지난 2012년에 비해 34%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수면장애를 질병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수면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필요 수면시간은 낮에 졸리지 않는 상태로 활동할 수 있는 정도로, 특별히 정해진 시간은 없다. 실제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개인마다 다르고 나이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밤에 잠을 잘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잠이 더 필요하다. 건강한 성인의 필요 수면시간은 평균 7~8시간 정도이며, 어린이와 청소년은 9~10시간 정도다. 그러나 개인차가 있어 일부는 적은 약의 수면으로도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남들보다 수면시간이 길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약 1~2%에서는 하루 4시간 이내로 자도 낮에 피곤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숏슬리퍼(short sleeper)'가 있는 반면, 비슷한 비중의 사람들이 10시간 이상 잠을 자야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롱슬리퍼(long sleeper)'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평균 7~8시간 정도 잠을 자야 한다.
 
평소 부족한 잠은 채워져야 하는 게 맞다. 필요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모자란 수면이 점점 쌓이게 된다. 이같은 부족한 수면의 양을 '수면빚(sleep debt)'이라고 한다. 수면빚은 점점 쌓이면서 정신기능과 심혈관계를 비롯한 신체기능의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면은 배고픔이나 식욕과 같은 본능의 일종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배고픔은 식사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듯이, 수면부족은 필요한 만큼의 수면시간이 채워져야 해결된다. 하지만 과식이나 폭식, 불규칙한 식습관이 위장장애나 소화장애, 비만 등을 유발하는 것처럼, 불규칙한 수면습관이나 몰아서 자는 것은 수면주기의 이상과 불면증, 주간졸음증, 만성피로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학생에서 꾸준히 낮잠을 20~30분 정도 자게 했더니, 성적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할 정도다. 고속도로 운전 시 피곤하고 졸릴 때 짧은 시간의 수면으로 피로회복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하기도 한다. 이처럼 적당한 낮잠은 피로회복이나 집중력, 창의력, 판단력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분 이내의 짧은 낮잠은 야간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피로와 신경의 흥분상태를 막아주고 생체리듬을 정상화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낮잠만으로 만성 수면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다. 부족한 수면은 충분한 수면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또 과도한 낮잠은 당일 야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잠들기 어렵게 하고, 수면 일주기를 변경시켜 잠자는 시간이나 깨는 시간의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주말에 늦잠을 자거나, 낮잠을 몰아서 자는 등 충분히 수면을 취했는데도, 월요일에 몸이 피곤하고, 집중이 안 되는 월요병이 그 예다. 생체리듬에 맞춰 잠들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지속적으로 분비돼 숙면하게 되고, 깨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LED 디스플레이어에는 380~500nm의 파장인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많이 방출되는데, 이 청색광을 쏘이면 멜라토닌 생성, 분비가 현저히 감소한다. 이는 깊은 잠에 들기 어려워 수면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 청색광 차단필름이나 스마트폰 야간모드 설정을 통해 청색광을 줄이려 하고 있으나, 이런 방법으로는 청색광 방출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따라서 잠자리에 든 후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잠자는 동안 인체는 낮에 소모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평형상태가 깨진 신체조직과 뇌의 균형을 다시 찾도록 해준다. 잠자는 동안 긴장됐던 근육은 이완되고, 심장이나 위장 등 내부 장기들도 휴식을 취한다. 잠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도 쉬게 한다.
 
특히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기억은 잠시 중단되거나 꿈을 통해 발산하기도 한다. 잠은 신체기능의 회복과 면역력 증강 등 항상성 유지를 위한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며,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본인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파악해 잠이 부족하지 않도록 충분한 양의 숙면을 취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타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간혹 바쁜 학생이나 직장인이 부족한 시간 때문에 수면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54만명에 달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수면장애를 질병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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