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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식별화된 개인정보 민간활용도 높인다…스타트업도 신용정보 활용길 열려

당국 "신용평가 정교화로 금융소외층 포용" 기대

2018-03-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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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19일 내놓은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의 주요 내용은 고객의 금융정보를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할 수 없는 익명정보로만 가공하면 금융사가 금융상품 개발이나 개인신용평가 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이 지금보다 정교한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설수 있는 것은 물론 핀테크 기업이나 소상공인도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신료 납부 실적과 같은 비금융정보도 개인 신용 평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라 그동안 금융 이력 정보가 부족해 소외됐던 청년, 주부 등도 제도권 금융으로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방안에서는 '익명정보', '가명처리정보' 등 개념을 도입한 게 핵심이다. '익명정보'는 더이상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된 정보를 말하는데 이를 자유롭게 분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명처리정보'는 암호키 등 추가 정보를 사용하지 않으면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처리된 정보인데 이를 통계작성, 연구 등에 활용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금융사가 고객정보를 비식별화하면 얼마든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법 개정에 앞서 이를 허용하는 내용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빅데이터 분석에 나서는 금융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익명처리하도록 하는 ‘비식별 기준’이 과도하게 높은 점도 금융사들이 꺼리는 이유다.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금융사들이 고객 정보를 익명처리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게 가능해지면 금융사로선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상품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금은 카드사와 보험사가 빅데이터 분석을 하긴 하지만 기존 데이터가 세분화돼 있지 않아 사실상 거시 목적의 분석만 가능하다"며 "앞으론 상당히 세세한 분석이 가능해 상품 개발은 물론 창업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들도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비식별 처리한 신용정보를 사고팔 수 있는 중개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대형 금융사가 독점했던 개인신용정보를 핀테크 기업이나 소상공인, 창업자도 활용할 길도 열린다. 대규모 금융회사에 묶여 있는 '금융 빅데이터'를 중·소형사나 핀테크 기업도 함께 공유하고 활용해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금융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다.
 
데이터 중개 플랫폼은 금융보안원이 운영하는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처럼 기관이나 회사가 유용한 정보를 올리면 필요에 따라 돈을 주고 사면 된다. 비식별정보의 가치(가격), 보안 수준 등은 우선 당국이 판단하기로 했다. 아직 자율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와 같이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푸는 동시에 비금융정보 특화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 설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비금융정보 특화 CB는 통신료, 전기요금 등의 납부 실적과 같은 비금융 정보를 토대로 개인의 신용정보를 산출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금융회사는 대출심사를 할 때 CB사로부터 받은 개인신용평가 결과와 자체 평가를 함께 고려해 대출한도, 금리 등을 정한다. 지금까지는 데이터 활용이 제약돼 금융사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금융 거래 내역이 없는 청년, 주부, 고령자 등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웠는데, 비금융 정보가 개인 신용평가에 반영되면 금융 거래 내역이 부족해도 통신요금 납부 실적 등을 활용해 은행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조치는 모두 신용정보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중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하반기 곧바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객정보를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두고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상당해 사실상 상반기 국회 통과는 어려울 거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금융사들이 고객 정보를 비식별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고 했으나 여론의 반발에 자초된 바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분야 데이터활용 및 정보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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