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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존 볼턴 귀환과 네오콘의 추억

2018-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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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2003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개시 여부를 고민할 때, 군복무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했다. 예비역 장성 출신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지휘했던 노먼 슈워츠코프 사령관, 합참의장 출신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이다. 그 이유를 놓고 베트남전 참전 경험이 있는 척 헤이글 당시 상원의원(이후 국방장관 역임)은 “장성들은 참호나 정글에서 동료가 죽는 것을 목격하며 경험으로 전쟁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구실로 결국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부시 주위에 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리처드 펄 국방정책 자문위원,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국이 우세한 군사력·경제력으로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을 물리쳤으며,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리더십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도 ‘미국에 의한 평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로 인식했다. 이들 네오콘 인사들이 대부분 군대를 다녀오지 않고, 전쟁을 머리로 이해했기에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은 2006년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대부분 일선에서 사라졌다. 주 유엔 미국대사로 있던 존 볼턴도 선거 한 달 후 사퇴했다. 그랬던 존 볼턴이 내달 9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정책 일선에 복귀한다. 볼턴 지명자는 미국 보수파 실세들의 싱크탱크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의 창립 발기인 중 한 명이자 강경파 군사행동주의자다. 부시 행정부 당시 유엔(UN) 무용론을 설파하고 ‘4차 세계대전론’에 동조했으며, 핵무기 선제 사용도 주장한 바 있다.
 
벌써 십수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그의 생각도 바뀌었을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볼턴 지명자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미 본토타격능력 완성을 위한 북한의 시간벌기용’으로 보고 있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경제지원·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정의용-맥마스터 라인을 십분 활용해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에 나서왔던 문재인정부 입장에서는 분명 악재다. 청와대 측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의지를 갖고 끌고 가려는 분은 (볼턴 지명자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애써 우려를 감추는 중이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볼턴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은 최고지도자 간의 담판이라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외교안보정책의 키를 쥐고 최종결정을 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세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걷고 있는 문재인정부 내에 트럼프 행정부의 의외성을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이 있기를 바란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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