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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일상이 뉴스다)주인님이 바뀌었다(상)

만약 당신의 집주인아 바뀐다면?

2018-04-11 19:51

조회수 :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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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집주인이 바뀐다고? 나한테는 말도 없이? 집은 어쩌라는 거지?’

잠깐동안 패닉에 빠진 나를 안봐도 비디오라는 듯 공인중개사가 말을 이었다.

"계약승계 하시고, 여태까지 살던대로 사시면 됩니다."



집주인(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았을 경우 전·월세를 살고 있는, 예를 들면 나(임차인)같은 경우 ‘계약승계’를 통해 이전 집주인과의 계약을 이어갈 수 있다.



요컨대, 2년 전세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집주인이 바뀌면 새로운 집주인에게 남은 1년의 계약기간과 조건을 그대로 보장받는 것이다.



But, 오늘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경기도에서 급하게 상경하며 서울 끝자락에 얻은 마이 스윗 홈의 주소는 ‘B01호’.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혹성(B612호)의 옆 별이 아니라, 반지하(Basement or Bottom)
, 그 가운데 오른쪽 집이라는 뜻이다.



채광이 좋고, 넓은 거실에, 투룸. 거기에 저렴한 가격까지. 완벽한 조건에 혹한 나는 두번 둘러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 아니, 속았다.



‘도둑님 어서오세요’ 할 정도로 사방팔방 창문을 열고다니고, 집에 있을때면 문도 활짝 열고 살았지만 1년 만에 아끼는 옷들에는 모두 곰팡이가 꼈다. 1년 전 큰 마음 먹고 산 겨울 이불은 눅눅해졌고, 나도 눅눅해졌다.



거기에 몇년 전 코뼈를 분지르는 고통의 수술로 이별했던 알레르기 비염이 다시 손 흔들며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결국 이사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계약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이사를 하리라 마음 먹게 됐다.



이런 가운데 공인중계사의 계약승계 권유는 절망 같은 단어였다. ‘집주인이 바뀌었으니 나가달라’고 매정하게 말해주기를 바랐지만, 공교롭게도 새로운 집주인은 정이 넘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지만 만약 이사를 한다면 집주인이 새로 방을 내놓아야 하니 복비를 내고 가야 한다는 게 공인중계사의 설명이었다.



개인사정상 당장 새로운 계약도장을 찍으러 갈 수 없어 몇일 말미를 부탁했다. 그리고 그 몇일의 사이, 생각할수록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계약은 쌍무적인 관계인데, 전 집주인이 다른 집주인에게 집을 팔았다고 해서 내가 새로운 집주인에게 무조건 계약을 해야 할까? 집을 계약할 때 집주인에 대한 평가도 들어가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어떤 질문이든 하는 게 우리의 직업정신. 한국공인중계사 협회에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글쎄......세상에나.....



(법률적 용어가 난무하는 하편은 머리를 맑게 비운 날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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