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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남북 정상회담 계기로 '국가비전2050' 준비해야

2018-04-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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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 경희대 교수
한반도에서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 5~6월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들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고착된 냉전의 틀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문법이 바뀌고 있다. 큰 흐름이 변할 때 이를 주도하는 쪽과 흐름을 따라만 가거나 논평하는 쪽으로 나뉜다. 둘은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해석과 전망을 한다. 김정은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한국의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워싱턴의 싱크탱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입장과 다른 신중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거대한 역사적 패러다임이 변할 때 대비와 시나리오를 얼마나 잘 준비해 왔는지가 그 국가의 역량을 좌우한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면 거대한 시대적 전환에서 혼란과 갈등만 야기한다. 급진전하는 동아시아의 국제정치 질서에서 보수언론들은 과거의 고답적·냉전적 사고에만 머문다. 상상력의 빈곤 이전에 미래에 대한 담대한 기획과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보수적 백악관과 국무성 관료들, 과거에 익숙한 싱크탱크들이 내놓는 대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동아시아 정세변화를 넘어 '국가비전 2050'을 준비해야 할 때다. 지금 거대한 시대변화를 넘어서 좀 더 담대하게 30년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트렌드의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비전을 짜야 할 때다. 이 때 섣부르게 '통일한국'을 상정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30년 후에 통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2개의 나라가 존속하며 교류가 확대되는 정도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미래비전 연구에서는 이런 두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비전 2050'에는 통일을 하느냐 문제보다 더 시급한 시대적 과제들이 널려있다. 미래연구에서 이러한 과제들은 대부분의 국가가 고민하는 메가트렌드들이다. 예를 들면 205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는 90억명이며, 총인구의 60%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살고, 5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로 채워진다. 이민과 도시화, 중산층 증가, 교육 확산과 함께 일자리 부족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정학적인 문제에서는 국민총생산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구성이 거의 비슷해지고 글로벌 연구협력 네트워크가 강화되며 관세는 낮아지되 비관세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2030년쯤에 식량과 물, 에너지 부족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한번에 터지는 '완전한 폭풍(Perfect storm)'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건에서는 메르스 등 전염병 문제와 비만과 당뇨, 폐 질환, 심장병, 암 등 비전염성 질병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기술진보는 교육과 보건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에 보다 나은 서비스의 기회를 제공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할 것으로 본다.
 
메가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존 정책을 분석·전망하는 '전방예측(Forecasting)'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다.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과거의 관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변수들에 의해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한다. 지금 남북 관계에 대한 대처도 전방예측 방식으로 정책대안을 모색한다면 보수언론처럼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대로 엉뚱한 처방을 내리기 쉽다. 미래는 다른 방식으로 진단·처방돼야 한다. 메가트렌드를 바탕으로 거꾸로 2050년의 '바람직한 미래(Desired futures)'를 큰 그림으로 그려본 뒤, 다시 2050년이라는 미래로부터 2018년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시간을 내려오면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 방법은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새 접근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한다.
 
30년 후의 2050년은 전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글로벌 거버넌스가 개별 국가의 수준을 넘어서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30년은 미국 문명과 중국 문명의 거대한 충돌이 일어나고 양쪽에 낀 한국에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벨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를 규율하는 유럽연합사무소를 브뤼쉘에 둘 수 있었다.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은 글로벌 이슈와 메가트렌드를 다루는 글로벌공공센터를 유치할 수도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말하면 2050년에 생겨날 세계정부의 수도를 한국에 유치하는 '국가비전 2050'을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 '후방예측(Backcasting)' 방식의 전략적 사고로 '국가비전 2050'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비전 2050'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을 때, 동아시아 질서의 급진전에서 보는 혼란과 당혹감은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남북관계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담대한 '국가비전 2050'을 고민할 때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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