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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2018 남북정상회담)문 대통령 "중요한 건 속도", 김정은 "기대 부응해 좋은 세상 만들자"

김정은, 청와대 방문 의사 밝혀…한반도 종단철도(KTR) '의기투합'

2018-04-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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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공동취재단 =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속도감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 정상회담을 앞두고 환담하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판문점공동취재단
윤 수석에 따르면 양 정상은 9시48분경 환담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문 대통령도 아침에 일찍 출발 하셨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농담했다. 이는 그간 북한의 각종 도발에 문 대통령이 NSC 소집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평양에)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앞으로 대통령께서 새벽잠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남북교류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면서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영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느라는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면서도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재차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라며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남측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은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 사진/판문점공동취재단
한편 이날 예정에 없었던 문 대통령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10초 방북’과 평화의집 앞의 단체 사진 촬영은 양 정상이 현장에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하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으로 넘어갔다.
 
또 문 대통령이 위원장과 의장대 행렬을 하면서 “외국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며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김 위원장이 양측의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포토타임이 이뤄졌다.
판문점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판문점공동취재단
판문점공동취재단 =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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