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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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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고향 가서 가족 볼 수 있을까"…설레는 탈북자들

"김 위원장, 핵 폐기하고 경제회복 집중했으면…통일 위해 양 정상 노력해야"

2018-04-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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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탈북자(새터민)들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남북한 사이의 왕래, 고향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미래, 통일 등을 꿈꾸고 이야기했다.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있는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통준회)' 사무실에는 생중계를 보러 새터민들이 하나둘씩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사무실에서 전주명 회장(왼쪽)과 임정실 총무가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감정 표현할 길 없다"…TV보면서 기대감·흥분 내비쳐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각을 나서자 임정실 총무가 "대박"을 연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눌 때 새터민들은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따라 북쪽으로 10초 월경하자 임 총무는 "(김정은이) 똑똑하긴 똑똑하다"고 감탄했다. 새터민들은 "문 대통령이 보안법에 걸리겠네", “김정은이 탈북했다는 패러디 돌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새터민들은 김 위원장이 국군의 사열식에 답례를 하지 않자 “어린 애가 버릇이 없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김 위원장이 긴장해서 답례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결론내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장년층 A씨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자기를 죽이려 드는 사람들이 남쪽에 있다는 사실을 아니깐 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담회가 끝나고 모두발언 시간에 김 위원장이 입을 열자, 사무실은 웃고 떠드는 소리 없이 고요해졌다. 새터민들은 "이야기 잘하네"라고 하며 볼륨을 높였다.
 
김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나고 문 대통령 등이 박수치자, 임 총무도 박수쳤다. 임 총무는 "2년 전에 홀로 탈북하면서 아이를 두고 나왔다"며 "아이를 데려오려고 엄청 애쓰는 와중에 이번 소식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무는 "남한 사람에게 통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가족이 북에 있어서 통일이 각별하다"며 "아침부터 벅차올랐고, 지금은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얼굴이 상기됐다.
 
양 정상이 만나는 모습에 감명을 받은 새터민들은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A씨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좀 더 화끈한 행동을 바라기도 했다. A씨는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 좀 더 멀리 월경하고, 김정은도 아예 서울에 와서 묵었으면 어땠을까“라며 ”김정은이 화끈하게 안전보장과 통일을 맞바꾸는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핵 폐기하고 통일하는 건 기대도 안하고, 내왕(왕래)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새터민과 실향민이 북쪽에 있는 가족과 서신 교환을 하고, 북한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이 경제 개방할 때도 가장 먼저 투자한 사람들은 문화대혁명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간 중국인들이고, 새터민도 투자 기회가 생기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먼저' 주문 이어져
 
새터민들은 정상들이 서로 만난 것처럼, 자신들도 북에 남겨둔 가족·친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2006년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북한을 떠난 후, 명지대를 마치고 현재 대학원 재학중인 조운희(30대 후반)씨는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왔다갔다하는 모습,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한다는 점이 좋아보인다"며 "북미 회담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 가면 고향에 가서 동생과 조카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군사 대치, 평화 공존, 비핵화 등 거대담론의 진전뿐 아니라 북한 주민이 잘 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10년 전에 탈북한 김성현(가명, 40대 중반)씨는 “세월이 지나 더 이상 가족·친척이 북한에 남아있지 않지만, 못 살던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핵을 폐기하고 경제회복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3세에 탈북한 박광일(44)씨도 “북한 주민이 배불리 먹고 자유를 누리는 교류와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며 “김정은도 노력하고, 문 대통령도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 문제까지 나아갈 것" VS "쇼 가능성 높아"
 
새터민 단체들의 반응은 낙관과 비관으로 엇갈렸다. 전주명 통준회 회장은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지원할 때쯤인 2년 안에는 반대급부로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회담 통해 김 위원장의 본질이 나오겠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분위기 좋고, 김 위원장이 젊고 시원스러운 스타일로 보인다”며 “(일시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왕래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회의적 반응도 없지 않았다. 북한전략센터의 박일환 팀장은 “북미 정상회담까지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다 쇼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지금 돈 주면 김정은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사무실에서 전주명 회장(오른쪽), 임정실 총무(가운데) 등이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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