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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광화문에서 다시 촛불 "조양호 아웃!"

2018-05-0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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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조양호는 물러나라! 물러나라!"
 
대한항공직원연대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얼굴에 영화 '브이 포 벤덴타' 주인공이 썼던 하얀색 가면을 착용했다. 조종사 정복과 승무원 유니폼 차림의 참석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조양호 OUT', 'CHO, You are FIRED!', '기본인권 보장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계단에 나란히 앉아 구호를 외쳤다. LED 촛불을 들고 참가한 직원들도 있었다. 
 
4일 오후 7시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퇴진을 주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민들은 가면을 쓰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집회 참가를 응원했다. 메신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서 추진된 이날 집회는 300여명의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회자는 얼굴에 가면을 쓴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았다. 그는 "제일 큰 목적 중 하나는 우리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랑스런 대한항공,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을 외쳤다. 이에 집회 참석자들도 사회자의 구호를 따라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단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나와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자신을 객실 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이번 사건으로 우리 모두 참담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조씨 일가를 모두 물리치고 대한항공 주인은 직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자"고 말했다. 이어 "본사와 해외 직원들도 합심해서 함께 해 달라"고 덧붙였다.
 
4일 오후 7시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퇴진을 주장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남편이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앞장서서 대한항공을 바꿔보겠다"며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은 회사를 한 번 만들어 보자. 외롭지 않게 싸워줄 수 있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윤효원씨는 "대한항공에 50만 마일리지를 보유할 정도로 자주 이용했지만 총수 가족이 갑질을 한 걸 보고 안타까웠다"며 "직원들이 기분 좋고, 행복하게 일해야 소비자도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보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하루 빨리 조양호 회장과 가족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직원들과 뜻을 같이 했다.
 
이날 집회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장본인이다. 안 소장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각종 특혜를 받고 법 위에 군림했던 게 이번 갑질 사태의 원인"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사실만으로도 총수일가 전원이 구속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집회를 보던 외국인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라 태이씨는 "말레이시아에서 뉴스로 봤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다"며 "조현민 전 전무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고 이번 기회로 경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가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개사한 '아! 대한항공'을 부르기도 했다. 가사 내용 가운데에는 "아아~ 우리 대한항공, 아아~ 우리 일터,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이날 촛불집회와 관련해 익명 제보방의 관리자가 작성한 스토리펀딩 글은 하루 만에 1500만원을 웃도는 후원금이 모였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들은 모금을 통해 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박창진 사무장은 "우리가 모인 목적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일괄 사퇴 및 갑질 근절에 있다"며 "우리 모두는 대한항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는 관리자의 말을 전했다.
 
한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명품 밀반입에 따른 탈세 의혹으로 비화됐다. 경찰은 이날 조 전 전무에 대해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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