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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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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고속도로의 힘과 양면성

강원도의 힘!은 어디로… 아~ 옛날이여

2018-05-06 16:07

조회수 :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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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기에는 늦었고, 빨리 다른 글을 써서 아래 글을 밀어내야겠습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은 이것입니다. 
 
대체휴일을 포함해 토-일-월 사흘 연휴입니다. 연휴라지만 월요일엔 다음날 마감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 그래서 토요일이라도 놀자는 생각이 들어 친구를 꼬셨습니다. 금요일 밤의 강원도행. 지난 가을에도 한번 도모한 일이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 자정쯤 도착해서 회 한 접시 먹고 자고 일어나 근처에서 한 끼 괜찮은 식사를 하고 올라오는, 자는 시간 빼면 반나절짜리, 여행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저녁 8시 넘어서 출발한 터라 서울외곽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양양 고속도로로 빠지는 길까지는 꽤 막혔지만 일단 강원도 방향으로 들어선 뒤로는 비교적 잘 뚫렸습니다. 사실 출발 전에는 연휴인데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냐고 걱정했습니다.

또 오래 전 얘긴데;;;;; 서른 살이 넘었을 때인가 아닌가, 친구들과 차를 렌트해 강원도 해돋이를 보러 간 일이 있습니다. 아마 여름 휴가철이었을 거예요. 길이 밀릴 것을 우려해 일부터 늦게 출발했어요. 밤 11시 넘어서? 그런데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서더군요. 영동고속도로는 주차장이었습니다. 그땐 중앙 차벽이 없을 때였는데, 중간에 유턴하는 차를 여럿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결국 밤을 꼬박 새워 꾸역꾸역 기어갔지만 허무하게도 평창에서 대관령으로 달릴 즈음에 날이 환해지더군요. 명절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옛날 얘기죠.

어제는 구간구간 살짝 정체되는 곳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면 내달렸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속초로 가는 길에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 파주가 난리라는데 우리는 동쪽으로 눈을 돌려 먼저 고성 쪽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금강산 관광길이 뚫리면 그쪽도 다시 좋아지겠죠. 제가 화진포를 좋아해서 고성 대진항 가끔 가는 편입니다. 남북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화진포 김일성별장이 핫스팟으로 떠오를지도^^;;

아무튼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느라 시간을 보낸 탓에 속초에 도착한 건 자정무렵이었습니다. 웬 바람이 그렇게 부는지. 태백산맥을 넘을 때는 고지라서 당연히 그런 줄 알았지만 강릉-속초 구간을 달릴 때에도 차가 흔들릴 정도였어요.
 
그리고 도착한 대포항. (원래 동명항을 더 좋아하지만 늦은 시간이라서...) 아무리 자정이 살짝 넘은 시간이긴 했지만 불이 거의 다 꺼졌더군요. 문 연 데가 별로 없어요. 연휴 전날인데...

또 옛날 생각. 2000년대 중반쯤인데, 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또 늦은 시간에 대포항에 간 적이 있어요. 아마 새벽 2시쯤 도착했을 텐데 새벽 4시까지 횟집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동틀 때까지 해변에 앉아 또 마시고 해돋이 보고 돌아온... 그때 새벽 4시 대포항 풍경은 낮처럼 환했습니다. 횟집마다 사람이 넘쳤구요. 무슨 연휴도 아니었는데.
 
각설하고.
 
회를 뜨긴 했는데, 그 회를 먹을 곳(장소 빌려주고 돈을 받는 가게)은 전부 문을 닫았어요. 모텔에서 먹기로 했죠. 친구가 그러더군요. 회 샀으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집에서 먹으면 어떻겠냐고. 숙박비도 아끼고. 우스갯소리였는데 진짜 그럴 수 있겠더라고요. 가는 길엔 막힘없이 쌩쌩 달릴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피곤하기도 했고 다음날 가고 싶은 곳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하루 묵기로 했으나 ‘서울 접근성’의 양면을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숙소는 모텔이 많은 양양 낙산해변 쪽으로 내려와 잡았습니다. 여기도 혼자 여행 다닐 때 자주 오던 동네입니다. 주말이 끼면 혼자 자는 데 5만원에도 방 잡기 힘든 동네였죠. 저 아니라도 투숙객이 많았거든요.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 모텔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낙산사 쪽엔 모텔, 조금 아래쪽으로는 대형 콘도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꽉꽉 찼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바다 보이는 방으로 7만원 내고 묵은 적도 있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제 친구와 잡은 방은 단돈 3만원! 다음날부터 연휴인데 3만원. 민박도 아니고 멀쩡한 모텔인데. 2~3년 전쯤 비수기 때 혼자 와서 모텔주인과 흥정해서 2만원에 묵은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때 주인이 부른 값도 처음엔 4만원이었어요.
 
모텔 앞 주차장에 서 있는 차가 저희 차 포함해서 4대였습니다. ‘이 매출로 모텔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여름 휴가철엔 훨씬 좋겠죠. 여름 한철 벌어 1년 먹고 사는 곳도 많습니다만, 그렇긴 한데, 날 좋은 5월 주말, 그것도 연휴에 이럴 수 있는 동네가 아니거든요.
 
강원도에서 핫하게 떠오른 다른 여행지가 있어 다들 그리로 몰려간 걸까요? 요즘 저 아래 삼척에 쏠비치 리조트가 유명하죠. 그런데 사실 삼척해변을 가봐도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없거든요. 전부 호텔과 리조트 안에서만 노는 걸까요? 대포항 인근에도 롯데호텔과 라마다호텔이 섰습니다. 거기 객실 상황은 어떨까요? 
 
생각해 보면, 모텔요금과 렌트카 대여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요. 제가 15년 전쯤에 근무하던 잡지사에서 1박2일, 2박3일로 지방출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때 지역에 가서 차를 빌린 값, 묵은 모텔 숙박요금과 지금 요금이 거의 같거든요. 렌트카 대신 쏘카 같은 공유차량을 이용하면 그때보다 더 쌀 지도...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바로 양양 시골길로 들어섰습니다.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메밀국수 먹으러ㅎ 여행 다니면서 맛집 찾아다니지는 않는데, 여기는 우연히 한번 간 뒤로 벌써 세 번째에요. 확실히 맛있더라구요. 완전 구석에 있는 곳인데 점심시간엔 사람이 꽉꽉 들어찹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친구는 어딜 가나 사람 많은 곳은 테이블 개수부터 셉니다. “이 정도면 점심시간에 3회전은 하겠다, 평단가 얼마 나오면 매출은 대충 얼마쯤. 종업원이 몇 명이니까...” 이런 식이죠. 자영업, 특히 음식점 장사로 살아남기가 정말 어려운 시절이긴 한데, 그래도 음식점은 결국 맛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 먼 데까지 국수 먹겠다고 오잖아요.

 

메밀국수 먹고 나와서 간 곳은 멀리 강릉,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남강릉의 커피공장입니다. 네, 이미 유명해서 아는 분들 다 아는, 모르는 분들도 왠지 알 것 같은, 테라로사입니다.
 
여기도 특별한 곳이에요. 강릉이 커피로 유명한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래도 커피의 중심은 안목해변이거든요. 죄다 거기 몰려 있잖아요. 그런데 강릉에 와서 커피 마시러 가던 사람들 절반쯤(?)을 단번에 강릉 남쪽 한적한 시골마을로 돌려놓은 곳이 테라로사죠.
 


가보면 그럴 만하다 느껴지긴 합니다만 저는 이렇게 규모가 큰 커피공장을 그 동네에 세우게 된 결단력, 어찌 보면 좀 무모해 보이는, 그 결정의 근거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한두 푼도 아닐 테고 최소한 수십억은 들였을 텐데. 범인의 눈으로는, 그 돈이면 안목해변이든 어디 사람 많이 모이는 곳 근처에서 시작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에다 지을 생각을 했을까요? 결론적으로는 대박이긴 합니다만 과연 나였다면, 내게 그런 돈이 있고 규모가 큰 커피가게(?)를 창업할 계획이었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커피라면 어딜 가나 아이스모카만 마시는 친구는 제게 커피 한잔 마시러 이렇게나 멀리 오냐고 구박했지만, 저 같은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 테라로사의 풍경은, 주말 오후의 대형마트 같더군요. 넓은 주차장을 갖고 있는데도 주차하려면 기다려야 했고, 긴 줄을 기다려 커피를 주문하면 나오는 데만 20분이 걸리더라구요.
 


커피믹스 300개짜리 사서 거의 다 먹고 몇 개 남지 않아, 나오는 길에 커피원두 파는 곳 앞을 서성이고 있으니까 친구가 "커피 좋아하니까 사서 직접 내려 먹어"라고 뽐뿌질을 하더군요. 원두를 사면 맷돌로 커피 갈던 <삼시세끼> 이서진이 아닌 이상 그라인더를 사야하고, 또 내릴 세트도 장만해야 하고, 설거지감도 늘고, 정말 번거로울 텐데... 샀습니다ㅋ
 
고속도로가 가진 힘과 양면성.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을 내게로 끌어오는 힘.
끊어진 길이 이어질 때 생겨날 힘.
그 외에도, 옛날처럼 오징어 1만원어치 사서 둘이 먹다 남길 정도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지금은 얼마나 들까 같은 기타등등을 생각해 본 1박2일이었습니다.
(마실 줄만 알지 만들 줄은 모르는 사람입니다. 커피 내릴 세트 좀 추천해주세요. 가성비 좋은 놈으로다가^^)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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