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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일상이 뉴스다)참된 스승만큼 참된 학생도 중요하다

부정을 저지르는 교수, 이를 묵인하는 제자

2018-05-18 11:43

조회수 : 1,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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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의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편입한 나는 신입생들과 8살 차이가 나는 화석같은 존재였다.

흔히 취업에 집중하는 4학년이 되던 해, 사람이 없다는 이유+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학과대표를 맡게 됐다.

이미 사회경험을 5년간 거친 나는 매사를 바라보는 눈이 기존 학생들과 달랐다.

자랑이라면 자랑일 수 있겠지만, 회계를 투명하게 하고자 노력했다.

후배들의 돈이 허투로 쓰여지지 않게 과 업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짐을 나르기 위한 택시비부터 회식까지도 사비로 충당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답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진과 충돌이 일어났다.

학부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조교를 협박해서 과 운영을 명목으로 숨겨진 돈까지 뜯어내고 있는 판국에, 교수들의 답사참가비를 학생들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학부생중에는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답사비용이 없어 답사 참석을 못하는 학우도 있었다.

답사비용을 계산하건데 적으면 6만원, 많으면 8만원 초반. 교수들이 이 어려운 학생의 답사비용을 분담하는 미담은 커녕 학생들에게 자신의 답사 비용을 부담하게 하다니, 용납 못할 일이었다.

게다가 학교측에서 교수가 답사를 가는 것에 대한 비용도 따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결국 교수실을 쫓아 올라갔다.

기억하건데, 교수들의 비용은 끝까지 학생들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게 했다.

당시 답사비용이 없던 학생은 전체 학생들에게 부탁해 조금씩 나눠서 부담했다. 물론 해당 학생의 정보는 익명이었다.

아마 이 사건으로 이 때문에 내 학점이 개판이 된 게 아닐까(족구에 목숨걸었던 게 잘못이 아니라면) 하지만, 덕분에 기존 8~10만원대의 답사

비용을 6만원대로 낮출 수 있었다.

졸업식을 앞뒀을 무렵, 나보다 학번이 높던 학생들 3명이 나를 따로 불렀다.

"당신은 편입생이라 모르겠지만 우리 교수님이다. 그러지 말아라"라는 철없는 얘기를 들었다.

학생들에 대한 교수의 권한은 막강하다. 또 이 교수를 무조건 떠받드는 철없던 학생들이 결국 안하무인의 교수를 만들게 된다.

학생으로서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지만, 초중고 때와 달리 성인인 대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취재를 하며 전문가의 의견으로 가장 많이 연락하는 것 또한 교수다. 그들은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식견을 갖고 있다. 가끔 생각한다. 당시

그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대하는 자세가, 똑같이 배움을 청하는 기자에게 대하는 자세와 전혀 다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참된 스승만큼 참된 학생도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오늘의 교훈>
대학교에는 교수와 제자라는 이름으로 많은 비리가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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