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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밤이여 나뉘어라

2018-05-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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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문학도였던 시절이 있었다. 빛나는 소설을 보면서 밤을 하얗게 보낸 적도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서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을 봤을 때 그 서늘한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박민규 '카스테라'의 재기발랄함에 탄복한 적이 있었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는 내가 천착했던 주제인 '아버지의 부재'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세대 소설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김훈 '화장'은 죽음까지 뒤덮어버리는 '밥벌이의 고단함'이라는 주제의식에 몸서리친 적이 있었다.
 
나는 20대를 문학의 시간으로 고스란히 보낸다. 후회하진 않지만 나의 재능 없음에 열등감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어른이 되지 못하고 오랜 사춘기와 몽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소설가 정미경씨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런 때가 꼭 한번 있었다. 군대에서 근무를 서다 점심 시간 라디오 뉴스에서 듣게 된 이문구 씨의 타계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극복했던 트라우마와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었고, 달디 단 향수에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고단한 좌절과 욕망에 대한 소설 정미경 '밤이여 나뉘어라'를 다시 꺼내보고 나름 추모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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