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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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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시론)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2018-05-28 06:00

조회수 :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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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안 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판사를 오래 못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재산관계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한 말이다. 즉, 현직 판사에 대한 뒷조사는 있었지만 이른바 블랙리스트 판사여서가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하는 것이 딱해서 도와주려던 차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믿기가 어렵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법원 행정처로부터 재산관계는 물론, 교우관계까지 은밀한 조사와 감시를 받아왔던 차성안(연수원 35기) 판사 역시,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판사 성향 분류 및 사찰에 연루된 책임자들을 고발하는 한편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것이며, 동료 판사와 함께 판사와 변호사에 대한 독립에 관한 UN 특별보고관에 대한 진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서울고법 형사 3부 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중 하나인,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에서 김기춘(79·고시 12회)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4년 형을(1심 3년 형), 조윤선(52·사법연수원 23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2년(1심 무죄)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문화예술계의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정부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거나 특정 이념적·정치적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한 명단을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에 하달함으로써 정부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헌법과 관련 법률 규정 등에 비춰 볼 떄 위헌·위법·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2017년 초 이와 유사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지면서, 문화 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준엄하게 꾸짖던 사법부가 낯을 들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 판사들의 명단을 작성·관리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서둘러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1차 조사를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법관의 동의도 없이 PC를 개봉해 판사들로부터 비난을 받는가 하면, 핵심증거인 법원행정처의 컴퓨터는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그 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올해 1월 2차 조사가 시작되었고 그제서야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일부 법관들의 동향 수집 문건’이 발견되어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이 밝혀지리라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12일 출범한 3차 조사단(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특정 법관들의 동향이 대법원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리며 셀프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연루자 대부분이 실형을 선고 받은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과는 확연히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사단이 발표한 A4용지 192페이지 분량의 조사보고서에서 ‘특정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거나 특정 법관들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하였다는 점만으로도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 훼손되므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는 점이 지적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엄정 조치를 취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사법부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양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라는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주요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고 이에 비판적인 내부자를 뒷조사하고 음해해 고립시키는 계획도 세웠으며 아무 근거도 없이 특정 판사의 재산 변동내역을 살펴보기도 했다. 상고법원 설치는, 현행의 대법관 14명만으로는 제대로 된 3심제의 기능이 수행될 수 없으므로 대법관 수를 획기적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변협 등 법조인들의 요구에 대해 양 전 대법관이 대법관 증원에 난색을 표하며 내놓은 대안적 사업이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는 이와 같은 대법원의 숙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드에 맞지 않는 인사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코드가 맞는 언론사와 유착해 법관을 음해하는 계획도 세웠으며 특히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이 알려지지 않도록 ‘위기 대응체제 가동 전략’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부의 신뢰와 재판에 대한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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