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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북미 정상회담, 89년 미소회담과 닮은꼴

회담 장소 제3국 활용…냉전 종식·핵 감축 버금가는 성과 낼 지 관심

2018-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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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할 북미 정상회담은 여러모로 지난 1989년 몰타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과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냉전 종식’ 선언, 소련의 동유럽 무력 불개입·핵을 포함한 전략무기 감축 등 몰타 회담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미소 몰타회담은 이번 북미회담이 상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처럼 제3국인 몰타에서 진행됐다. 당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1989년 12월2~3일 지중해 몰타에 정박한 소련 여객선 막심 고리키호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냉전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며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 감축’에도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위해 1990년 6월 워싱턴에서 다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그 이전에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은 소련이 ‘이민제한철폐법’을 제정하는 즉시 무역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참관인 자격부여, 관세혜택 등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북미회담에서도 핵문제가 핵심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그에 따른 제재 완화 및 경제적 지원, 북한 체제보장 등을 논의한다. 몰타회담에서 냉전종식이 선언된 것처럼 북미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이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에 나섰다. 싱가포르에서는 29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 북 국무위원회 부장이 회담 세부일정과 의전 등을 논의했다. 판문점에서는 30일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의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오는 30일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이날 미국 출국을 위해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이르면 3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담판 지은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김 부위원장은 미국 워싱턴으로 가서 북미 정상회담 실무회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북미가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와 대북 안전보장·제재 완화 프로세스에서 일정부분 합의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의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을 제공하는 방안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북미 사이에서 추진되는 모든 상황들을 주시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강경화 장관이 26~27일 주말 사이에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북미회담 재추진 상황을 시시각각 점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 추진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89년 10월3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조지 H.W. 부시 미 대통령이 몰타섬에 정박한 소련 여객선 막심 고리키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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