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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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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초 학부모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녹번·응암지구 재개발 시공사들, 안전조치 '나 몰라라'

2018-06-07 13:21

조회수 : 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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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엄마…숨을 못 쉬겠어요."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작은딸에게 다급하게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양모씨는 순간 멍해지고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다. '한창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숨을 못 쉬겠다니…' 양씨는 작은 딸을 데리고 3주만에 다시 병원에 가야 했다. 진단을 마친 의사는 목이 부은 감기에 심각한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면서 약을 한달치나 처방했다. 약을 받아 든 양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작은딸이 아픈 중요 이유 중 하나는 학교를 오가며 마시는 먼지다. 그러나 어디에 하소연 할 데가 없다. 학교도, 구청도, 교육청도 모르쇠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작은딸은 지난 5월 운동회 때에도 마스크를 쓰고 했다. 양씨의 작은딸은 은평초등학교에 다닌다. 
 
지난 5월 초 서울 은평초등학교 소운동회 당시 학생들이 인근 재개발공사지역에서 날아온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운동회를 하고 있다. 사진/은평초 학부모비대위
 
서울 3호선 녹번역 삼거리에 있는 서울 은평초등학교.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은 양씨처럼 하루하루 가슴을 졸인다. 그 기간도 벌써 3년째다. 8~13세 어린 아이들 700여명이 통학하고 이 곳은 총 4곳의 대형 재개발 사업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녹번 1·2구역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응암 1·2구역은 현대건설과 대림건설이 재개발 공사를 하고 있다.
 
재개발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 없이 3년째 공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공사장은 학교 건물에서 불과 수십미터 밖이다. 포크레인 여러대가 하루종일 건물을 부수고 땅을 파고 돌을 캐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와 석면가루는 인체에 치명적이다. 지속적인 소음 역시 성장기 초등학생들에게는 독이나 다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 체육수업은 실내수업으로 대체되고 교실은 공사장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쓴지 오래다.
 
은평초 학부모들에 따르면, 시공사들은 공사시작 즈음에 근처 아파트단지를 찾아 마을잔치까지 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들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오히려 분쟁조정으로 해결하자며 으름장을 놓는다. 애가 끓는 마음에 은평구청에 민원도 수차례 넣었지만 "철거공사 중 먼지발생 작업에 대해서는 고압살수 시설 등을 최대한 가동해 진행하도록 수시로 행정지도를 실시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2일 서울 은평초등학교 3학년학생들이 탐방학습을 가던 도중 유턴하는 공사장 덤프트럭을 피하고 있다.사진/은평초 학부모비대위
 
더 큰 문제는 차량이다. 대형 레미콘차량과 덤프트럭 수십대가 수시로 공사장을 드나들면서 소음과 먼지는 물론 사고 위험까지 상존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는 예사고,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가로지르거나 학교 앞 과속, 꼬리물기로 달리는 일도 많다.
 
학부모들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산발적으로 학교주변 재개발공사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올해 3월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창구를 일원화했다. 그 뒤 7일까지 총 9회에 걸쳐 학교 앞과 은평구청 앞, 재개발사업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공사와 재개발조합에 내용증명도 3번이나 보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오는 8일 오전 8시30분에 녹번 제1-1구역, 제1-2구역 재개발공사현장 앞에서 제9차집회를 가진다.
 
학부모비대위 측은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지역발전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지난 5월9일 강동구 초등학교 앞에서 등교하던 고등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기사가 우리 아이들의 일이 아니라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28일 서울 은평초등학교 인근 응암2구역 횡단보도 위로 재개발공사지역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주행하고 있다. 사진/은평초 학부모비대위
 
서울 은평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7일 오전 8시쯤, 인근 재개발공사 지역에서 먼지발생 방지처리 없이 포크레인이 작업하고 있다. 영상/은평초 학부모비대위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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