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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반미 구국의 선봉 '조선일보'

우리나라 보수 매체의 뒤끗있는 논리

2018-06-07 19:50

조회수 : 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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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조선일보의 칼럼에 눈을 떼지 못했다. 반미는 곧 빨갱이. 빨갱이는 북조선인민공화국 찬양을 외쳤던 조선일보가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칼럼을 실었기 때문이다.

조중식 조선일보 국제부장은 이날 '[태평로] 미국, 때론 우리를 배신했다'는 칼럼을 통해 때때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조 부장이 열거한 근거는 ▲1905년 미국과 일본이 맺은 가쓰라·태프트 밀약 ▲1950년 미국 방위라인에 한반도를 제외한 애치슨라인 ▲1971년 닉슨 대통령-주은래 비밀회담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추진까지.

과거의 3개 사건과 현재 트럼프의 행동이 한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취지다.

칼럼을 읽으며 이 글이 과연 '조선일보'가 맞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가쓰라·태프트 밀약. 대한제국의 고종은 1905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파견한 미국 사절단에게 일본의 국권침탈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미국은 대한제국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미국 사절단의 목표는 대한제국과의 수호조약 체결이 아니었다.

이들의 목표는 필리핀 식민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거래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사절단장인 윌리엄 태프트 전쟁부 장관은 일본에서 가쓰라 다로 총리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했다. 일본도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승인했다.(이는 이후 진주만 사건 이전까지 미국과 일본의 불가침 선언으로 유효했다.)

불과 몇년 전, 조선일보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오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미국의 편을 들었다.

둘째, 애치슨라인. 1970년대 미국의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이다. 요지는 미국이 극동 방위라인에서 한반도(여기서는 남한)을 제외하면서 소련과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의 공격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역시 현재와는 다른 시각이었다.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2009년 미국방장관에게 "애치슨라인때문에 한국전쟁이 발발했다"고 말하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국내 보수언론은 모두 사설을 통해 "무지의 소치로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막연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닉슨은 중국의 주은래와 비밀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배타적으로 이익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특히나 이 사설에서는 닉슨이  "남이든 북이든 코리안은 충동적인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충동적이고 호전적인 사람들이 사건을 일으켜 우리 두 나라를 곤궁에 빠트리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남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고 썼다.

사실 이 모든 사례는 내가 대학때 너무나 많이 주장했던 근거였다. '반미', '미국은 절대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주장하던 바다.

조선일보가 이제서야 이 주장을 이해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북미회담 준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볼턴 보좌관과 같은 역할을 하려는 작태는 눈뜨고 볼 수 없다.

이해는 한다. 지난 2016년까지 급성장하던 조선일보의 매출액이 지난해 반토막이 났다. 마음이 급한 것이다. 보수층에게도 외면받는 우리나라 최대 언론사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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