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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권영진·원희룡, 빅3 ‘잠룡’ 반열 올랐다

김, ‘포스트 문’ 존재감 각인…권, 보수 ‘최후의 보루’…원, 보수개편 구심 떠올라

2018-06-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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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이미 반열에 올라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외에 당선 자체로 의미가 큰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인사는 원희룡 제주지사(무소속)·권영진 대구시장(자유한국당)·김경수 경남지사(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다. 이들은 각각 ‘전국 유일 무소속 당선’과 ‘보수의 심장 사수’, ‘보수철옹성 격파’라는 기염을 토하며 ‘빅3 잠룡’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 승자다. 더욱이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을 지낸 친문(친문재인)계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겨뤄 승리를 쟁취, 그 저력을 확인했다. 지역이 방대한 광역단체장 선거 특성상 정당의 조력 없이 개인 혼자 힘으로 싸워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원 당선인은 “도민과 약속했듯이 도민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를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언제든 야권의 유력주자로 등판할 수 있는 위치에 섰다. 그는 당선 이후 당직을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당선된 뒤에도 계속 무소속으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선거 참패로 고군분투하는 야권 정계개편의 주축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보수진영 후보들이 대부분 전멸한 현 구도 또한 그가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배경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 역시 대권가도의 첫 단추라는 지방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하면서 보수 텃밭인 대구 정치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낸 권 당선인은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당 경선을 통해 친박(박근혜) 서상기 전 의원을 제쳤다. 이어진 본선에서는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격파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도 민주당의 바람은 거셌다. 실제 지난 2~5일 실시한 방송 3사의 여론조사에서 권 당선인은 민주당 임대윤 후보와의 격차가 1%포인트대로 좁혀지기도 했다. 대구는 한국당의 명운이 걸린 곳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선거 기간 “대구에서 지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경합은 전국의 이목을 끌었고, 그래서 더욱 값진 승리로 평가받는다. ‘역대 최악의 참패’ 속에도 대구를 사수한 권 당선인은 당 안팎에서 보수 최후의 보루로 불리고 있다.
 
민주당에선 ‘보수 철옹성’을 무너뜨린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에 관심이 쏠린다. 김 당선인은 한국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격전 끝에 경남에 첫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당선인과 6번의 공직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김 전 지사는 2012년 총선 당시에도 경남 김해을에서 맞닥뜨린 적이 있다. 당시엔 김 전 지사의 승리. 그리고 6년 뒤 다시 만나 결국 김 당선인이 설욕전에 성공했다. 
 
둘의 접전은 개표 초반 김 전 지사가 계속 앞서나가다 개표율이 30%를 넘어서면서 김 당선인이 역전에 성공하는 등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 때문에 ‘김경수’,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당선인은 “개표 과정과 상황이 경남도민들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도정을 할 때 저를 지지했던 사람이든 아니든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경남도민 모두의 도지사가 돼 달라, 정말 경남을 위해서 힘을 모아서 일을 해 달라는 경고 또는 가르침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김 당선인을 ‘포스트 문재인’으로 바라봤다. 그런 가운데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그는 단숨에 문재인정부 정권 2인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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