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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700만원 내고 디가우징하자

2018-06-27 11:08

조회수 :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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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보면 상식공부도 된다. 어제 저녁을 먹다가 디가우징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양승태 전 대법관이 자신의 컴퓨터를 디가우징 해서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법거래와 관련해서 검찰이 혐의를 찾으려고 했으나 그 pc가 디가우징이 되어 도저히 단서를 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디가우징의 설명을 들어보니 강한 자기장을 하드디스크에 노출시켜 복구불능한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라고 한다. 

양 전 대법관의 사법거래 의혹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법부의 존재의미와 권위는 대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입법, 행정, 사법에서 그나마 사법부가 훼손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믿고 있던 국민들은 심히 실망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뉴스를 계속 보다보니 양 전 대법관의 개인pc에 대해서 디가우징을 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pc의 관리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라 해석하기가 매우 곤란하다는 듯한 인터뷰를 보았다. 양 전 대법관의 사법거래 의혹과 개인업무용 pc의 디가우징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매우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무후무 한것도 사실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개인 휴대폰을 분실한 것이 아니라 버렸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증거인멸에 대해 아직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증거인멸은 곧 피의자로 인식한다. 그것도 국가나 기업의 중요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증거인멸을 한 것이 명백하다면 이유를 묻지 않고 25년 형이다. 증거인멸은 실제 범죄보다 더 무겁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증거인멸과 관련한 처벌을 찾아보았다. 1995년 경에 개정된 법이 여전히 적용중이다. 5년이하의 징역 혹은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민정수석이 증거를 인멸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것이다. 한편 국회에서 위증을 할때는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국회에서 위증죄보다 증거인멸의 죄를 더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

국회에서 위증을 서슴치 않고 하는 이유. 증거인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유. 이것은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의 허술함 때문이다. 

증거인멸의 죄에 대해 관용적인 것은 아직 우리사회가 증거를 인멸해야할 이유가 좀 더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을 찾다가 충격적인 사실. 디가우징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국정원 댓글사건 때도 디가우징이 문제였다고 한다. 증거인멸과 관련한 처벌법을 엄하게 개정해야 한다. 보안을 위해 디가우징을 하는 것과 인멸을 위해 디가우징 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서 처벌하자>

양 전 대법관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또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나라의 대법관이 쓰는 pc를 개인적으로 디가우징 해버리는 댓가로 700만원만 내게 된다면 이는 정의의 여신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닌가.

행정, 입법, 사법부의 고위 관직자들이 하는 업무내용을 보안이 튼튼한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하도록 하면 어떨까? 클라우드의 기록은 지울수도 없고 훔쳐갈 수도 없다. 일은 개인pc로 하돼 모든 내용은 클라우드에 저장이 된다. 디가우징이 불가능한 장점이 있다. 

<pc사용자의 보안과 윤리에 대한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해결이 된다. 클라우드의 보안만 잘 지키면 디가우징 문제는 해결된다. 수십만개의 공무원 컴퓨터에 대해 일일이 보안정책을 펼 필요도 없고 수십만개의 pc를 관리감독 하지 않아도 된다. 클라우드의 보안문제가 걱정되면 수백개의 방화벽을 쳐놓으면 된다. 대법관이 아무도 모르게 디가우징하는 것보다 클라우드 도입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 클라우드는 개인 pc처럼 각각의 일하는 방이 구분되있어 누가 훔쳐보지도 못한다. 일명 virtualization 기술이라고 한다. IT기술이 행정과 정치도 진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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