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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검 검개위 "'정부 수사권 조정안' 잘못됐다" 정면비판

"기존 검·경 관계, 형사소송법에 따른 업무 분담으로 봐야"

2018-07-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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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사실상 정면으로 비판했다. 곧 국회 차원의 형사소송법 등 개정 논의를 앞두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검 검개위는 3일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개혁위원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 조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선 정부 조정안의 바탕 개념격인 '검·경의 수평적 협력관계'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검개위는 이날 입장 발표에서 "두 기관의 관계를 수직적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해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고, 수십년 간 이어져 온 수사권 조정 논쟁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기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한다"면서 "다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경찰에게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검찰의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번 조정안은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는 그 과정에서 국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양 기관이 수직적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적정한 형사사법권의 실현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기관으로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대로 기능을 분담하는 관계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개위는 "이는 검찰이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해 법원으로부터 소송지휘를 받고 최종 사법적 처분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검찰과 법원은 수직적 상명하복 구조가 아닌, 사법적 정의의 실현을 최종목표로, 헌법과 형사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각자 배분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게 1차적인 수사의 종결권한을 부여한 '수사종결권' 부분도 "지금까지 정의 된 수사와 기소, 수사권과 기소권의 경계선을 불분명하게 만들어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는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형사절차상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 두 개념을 분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검개위는 "정부안이 경찰의 불기소·불송치 결정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의 재수사요청, 이의신청시 송치제도 등을 부연하여 제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위와 같은 개념상의 혼란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찰에 대한 '수사종결권' 부여의 장점으로 든 '이중 수사' 생략 부분에 대해서는 조정안이 오히려 수사 불편과 절차지연을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개위는 "경찰의 수사종결 처분 후 검찰의 재수사, 관련 당사자의 이의신청시 송치 등을 생각해 보면, 종전의 송치전 수사지휘가 인정되는 경우보다 더 이중 수사의 불편 및 절차 지연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개위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범위 제한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를 검찰의 직접수사권의 대상인 특수사건의 범위에 포함시킨 것은 의문"이라면서 "이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대폭 축소하려고 했던 정부의 애초 방침과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검 검개위는 법무부가 마련한 개혁자문기구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는 다르다. 검찰이 지난해 9월 자체적으로 출범시킨 자문기구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외부위원 16명과 내부위원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부위원 2명은 대검 차장검사와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참여한다. 외부 위원의 임기는 1년이다.
 
지난 9개월 여 동안 회의를 통해 총 10차에 걸쳐 검찰개혁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활동 마무리 단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고양을 위한 '인사 관련 제도 개선 권고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21일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한 인정 ▲특수사건 외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검·경은 각 내부에서 실무 사정과 후속안 마련을 염두에 두지 않은 내용이라며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학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일단 환영했지만 경찰의 권력비대화와 부실수사에 대한 통제방안 등을 후속과제로 들며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했다.
 
지난 6월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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