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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미드 슈츠' 장동건이 잘못했다

꼭 그래야만 했냐!

2018-07-12 14:58

조회수 : 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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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던 나.

신사의 품격으로 좋은 기억이 있는, 장동건이 (얼마 전 종영된) ‘슈츠’에 나온다는 말에 기대감이 부풀었고, 1화 만에 그의 어색한 말투에 닭살이 돋았다.

1화 이후로 찾아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슈츠가 재밌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틈틈이 비웃어주는 걸 반복하던 차, 슈츠가 미드를 원작으로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미드 슈츠는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구글링을 해서 나온 한결같은 반응이 ‘우리 하비(가브리앨 매치·최강석/장동건)는 저러지 않아!’였다.

‘장동건 연기와 다르다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역설적인 직감이 들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미드 슈츠 1화를 봤다.

결론은, 장동건이 무조건 잘못했다.

2011년 시즌 1로 시작한 미드 슈츠는 오는 18일 시즌 8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7년째 장수하고 있는 셈,

최근 시즌 7의 마지막 화에서는 레이첼 제인(한국 역 김지나/고성희) 역할의 매건 마클이 백마탄 왕자를 만나 영국 왕자비된 현실 이유로 그녀와 극중 커플인 비운의 주인공 마이클로스(패트릭 J. 아담스·고연우/박형석)가 강제 하차하며 멘붕이 왔다.

기본적으로 한국판 슈츠와 미국의 슈츠는 사건이 순서와 결말이 조금 다를 뿐, 내용은 비슷하다.

그러나 극중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하비는, 장동건의 연기처럼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말투를 쓰지 않는다.

장동건이 권위적인 모슴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하비의 말투는 능글능글 하면서도 때로는 부숴버릴듯이 강렬하다. 그리고 그 모든 대사에 논리정연함이 녹아 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장동건도 멘붕이 왔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드 슈츠를 소개하자면 

처음 라이벌이자 앙숙으로 나오는 하비와 루이스(한국 역 채근석/채근식)는 톰과 제리를 연상시킨다. 초반부터 냉철하고 스마트한 캐릭터 하비는 감정적이고 사고뭉치로 자신과 상반되는 루이스를 툭하면 골려먹고, 무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츠에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는 루이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리 잘난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실수도 하고 잘 삐치기도 하지만 정이 많은 그에게 인간다움을 느끼게 된다. 얼굴에 하나가득 독을 품고 특유의 괴상한 워킹으로 걷거나, 둥글둥글한 그 얼굴을 씨익 웃을 때면 누구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를 보지못한 한국 슈츠 팬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럼 미드 슈츠의 매력은 뭘까? 슈츠의 시청자는 시즌이 더해갈수록 주인공들과 연대감이 생긴다.

법조 드라마다 보니 매화보다 갈등과 해소가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청자도 연신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러다보면 시즌 후반부터 자주 나오는 대사 ‘family’가 되는 것이다.

초반 매력은, 뭐든지 외워버리는 초능력자 마이클과 잘생긴 하비가 매력포인트였다면, 후반에는 출연자들의 장단점이 버무려지고, 누가 주인공이고 조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가 된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하비는 제시카(한국 역 강하연/진희경)와 경영상 갈등을 계속 빚고 이후 제시카가 회사를 맡기고 떠나자 자신의 방식을 찾느라 고민한다. 12년간 곁을 지켜온 슈퍼 비서 ‘도나’가 그에게 실망하고 라이벌 루이스에게 갔을때는 몇 년간 공황장애를 겪기도 한다.

그러나 막냇동생 같은 마이클의 무죄 판결을 위해 선을 넘어서는 등 사방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스는 하비에게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회계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그는 사건파일도 열어보지 않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는 완벽하다는 하비에게도 없는 것으로, 드라마에서도 하비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루이스에게 관련 분야를 자주 부탁하곤 한다. 고집쟁이 사고뭉치지만, 가족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는 게 그다.

마이클은 철이 덜 든 서울대생 막내 동생이다. 능력면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판을 읽는 눈이 부족해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하비나 루이스 등 형들의 돌봄을 받는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에 대해 명석한 머리로 툭툭 해결책을 제시한다.

제시카는 엄마다. 우편실에서 일하던 하비의 재능을 알아채고 그의 하버드 학비를 대줬으며, 진로에 대한 멘토 역할도 한다. 루이스와 하비가 싸울때면, 그들 각각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하고, 루이스가 뻘 짓을 하려 들면 귀신같이 그에게 경고를 날린다. 특히 후반부에는 학력을 위조한 마이클, 이를 알고 채용한 하비, 루이스와 제인 등 식구가 남아있는 로펌을 살리기 위해 누명을 쓰기로 자처하고 끝내는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하는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글로 풀자면 하루가 부족할 것 같다.

다만 드라마 슈츠가 짜임새 있는 각본을 기반으로 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연기는 강조하고 싶다. 시즌 1로 끝내버린 한국판 슈츠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한국판 시청과 상관없이 만약 미드 슈츠를 보지 않았다면, 딱 1화만 보기를 바란다. 2화를 내달라고 아우성하는 자신을 보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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