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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현장에서)추락한 신화, 추락한 신뢰

2018-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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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혐의를 받고 있던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결국 구속됐다. 지난 2013년 이후 유사한 혐의로만 두 번째 구속이다.
 
라 대표는 현재 대표로 있는 네이처셀이 개발 중인 줄기세포치료제의 허위·과장 정보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7일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 당시 '일체의 불법 행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이다.
 
구속되긴 했지만 라 대표의 혐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라 대표의 결백을 믿기엔 그의 이력이 너무도 수상쩍다. 라 대표는 지난 2001년 알앤엘바이오를 설립,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 '바스코스템'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했다.
 
이에 당시 알앤엘바이오의 주가는 급등했지만 임상데이터 미흡으로 승인 획득에 실패하며,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 라 대표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지만 항소심 끝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고, 알앤엘바이오 고문이던 김동률 전 민주당 의원이 조사 도중 투신자살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구형과 김동률 전 의원 부분을 제외하면 최근 네이처셀이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와 너무도 닮은 모습이다. 이에 라 대표를 믿고 간절히 치료제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피해와 상처는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네이처셀이 제2의 알앤엘바이오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짙게 깔린 상태다.
 
흔히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곤 한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 개발 완성 및 출시까지의 최종 성공 확률이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지난해와 올 1분기까지 증권시장의 주축 역할을 하던 바이오 관련 종목들이 최근 연일 맥을 못추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리스크 부각에 냉정하게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옥석가리기'론이 고개를 든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이 완료됐을 때 환자들에게 주어질 새로운 치료기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높은 가치를 품고 있다. 이는 다른 산업에 비해 지극히 낮은 제품개발 성공 가능성에도 바이오업종이 주목받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라 대표와 네이처셀이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게 있다. 라 대표가 비난 받는 이유는 결코 100개 중 99개가 겪는 신약 개발 실패 탓이 아니다. 유사한 두개 회사의 주가폭락에 의혹이 깊어가는 과정에서 논리적이고 명확한 해명보다는 스스로의 떳떳함만 주장해온 데 있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구속은 본인의 신화는 물론, 열악한 환경 속 유수의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과 견줄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국내 바이오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수사 결과를 떠나 라 대표가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정기종 중기부 기자(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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