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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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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부부 '빈곤 악순환 고리' 끊은 신월5동 사람들

여관 전전하던 출산 부부, 마을 보살핌으로 새 희망 찾아

2018-07-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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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월5동 주민센터와 지역 주민들이 빈곤 가정의 꺼질 뻔한 생명을 건강하게 살려내고 자활까지 도운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서울 양천구 등에 따르면, 양천구의 신월5동 주민센터는 지난 6월14일 지역 내 여관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만삭 여성과 남편을 조심스럽게 방문했다. 그들이 찾은 주인공은 남편 김모씨(26)와 아내 박모씨(30).
 
할머니 손에 어렵게 자란 부부
 
지난 2011년부터 연애 끝에 사실혼 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은 자라온 가정 환경이 비슷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후 양육을 포기해 할머니 밑에서 자란 김씨는 가정을 책임지느라 다니던 고등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박씨도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일정한 일자리를 가지지 못했다.
 
어려웠던 만큼 서로를 의지했던 부부는 신월3동에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 하는 집을 얻어 잠시살았지만 소득이 불규칙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결국 작년 9월 보증금이 바닥난 채 길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차져 급한대로 신월5동의 A여관으로 들어갔다.
 
산모, 주민등록 말소로 병원도 못가
 
11월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겨울이 닥치며 남편의 건설 일용직 일자리가 없어져 여관비를 점점 체납했다. 여관에선 취사가 되지 않아 배달 음식을 먹어야 했고, 그마저도 아내가 홀몸이 아니라 식비가 늘어났다. 아내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주민등록마저 말소됐지만, 다시 살릴 과태료 몇만원이 없어 병원에 한번도 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 6월 밀린 여관비가 95만원에 이르면서 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여관 주인은 부부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주민센터에 연락했다.
아내는 우울증, 남편은 울기만
 
주민센터 직원들이 방문상담을 갔을 때 부부는 수중에 돈이 '0원'인채로 완전히 지쳐있었다. 주민센터 직원 A씨는 "남편은 계속 울기만 했고, 아내는 우울증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김씨 부부의 사정을 확인한 지역 사회는 즉시 십시일반 힘을 모아 부부 회생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시작했다.
 
주민센터는 6월18일 한 다가구주택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음과 동시에, 대한적십자사에 긴급지원 주거비를 요청했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통장은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집주인을 주민센터에 소개시켜줬다.
 
주민들, 십시일반으로 월셋집 마련
 
집주인은 원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 집의 월세를 44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보증금을 700만원으로 깎고 그 중 200만원은 말미를 둬 올해 말에 받기로 했다. 여관 주인은 주민센터 방문 상담 이후부터 이사갈 때까지 추가로 발생한 체납액을 받지 않기로 했다.
 
신월5동에 있는 해오름장애인협회가 중고 장롱·세탁기·냉장고·가스렌지·서랍장 등을 구해줬다. 이삿짐 센터 14년 경력의 박상훈 주민센터 사무국장은 경기 용인으로 달려가 장롱을, 고양에서는 세탁기를 가져왔다. 지난 2일 입주 당일 국장과 직원들은 2층집의 좁은 통로를 통해 이삿짐을 운반했다.
 
산부인과도 무료 출산지원
 
이후 주민센터 직원들은 극구 사양하는 부부를 거듭 설득한 끝에, 지난 10일 강서구에 있는 산부인과의원으로 옮겨 출산을 준비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1일 3.5kg의 건강한 여아가 태어났다. 김씨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하람'이라고 지었다. '하늘이 내린 귀한 사람'이란 뜻이다. 주민센터는 아내의 주민등록을 되살리고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진행했다. 3인 가족을 위한 국가긴급복지제도도 신청했다. 취지를 전해들은 의원은 병원비 38만원을 받지 않았다.
 
하람이가 태어나자 이번에는 지역사회 단체들이 나섰다. 지역 주민단체들과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소위원회가 다음날인 지난 12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산후조리도우미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일자리도 알선
 
마침 건설회사 회장인 황원석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김씨의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여념이 없다. 1~2년 지방 근무를 하는 큰 기업으로 가게 할지, 서울 안의 작은 기업으로 보낼지가 고민이다. 자격증 따기를 도와주고, 박씨 역시 차차 건설업을 하도록 도와줄 계획이다. 황 위원장은 "시골로부터 서울로 거처를 옮겨 어려울 때 지역 사회의 따뜻한 도움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열심히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해오름장애인협회 사무국장(가운데), 황원석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오른쪽 2번째), 최성덕 신월5동장(오른쪽) 및 신월5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19일 오전 주민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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