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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해병은 외롭지 않아야 한다

2018-07-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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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지난 27일,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 당일 국회에 모인 3000여명, 23일부터 닷새 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비롯해 전국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7만2000여명(정의당 추산)이 그의 죽음을 기렸다. 매일 6411번 버스를 타고 새벽같이 출근하느라 시간을 빼지 못한 ‘청소아줌마’를 비롯해 마음으로 명복을 빈 사람들의 수는 훨씬 많다.
 
각계각층의 노 의원 추모메시지 중, 개인적으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와닿았다. “노 의원의 익살에 감춰진 고독을 알지 못했다. 몇 달 전 노 의원을 붙잡고 막걸리 몇 잔 더 마셨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 이 총리를 비롯해 몇몇 사람들은 고인이 느꼈을 고독·외로움에 안타까워했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대상에 올랐던 노 의원은 유서에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노 의원은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이 진보정치의 미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고 먼 길을 떠났다.
 
여기 또다른 외로운 죽음이 있다. 지난 17일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직후 추락하며 탑승했던 해병대 장병 5명이 숨졌다. 순직장병 유족들은 국민들의 무관심에 외롭다 못해 서러워했다. 주위 상황은 유족들의 고독, 나아가 분노를 부채질했다. 사고 직후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KAI)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다음날 청와대 대변인은 “마린온은 (육군용) 수리온을 개량한 기체다.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고, 현재 수리온 성능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유족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노 의원의 고독·외로움이 투신 전 혼자만의 것이었다면 마린온 추락사고에서는 유족·해병대 관계자들에게 짙고 강하게 드리운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을 떠올린다. 해병대 장병들이 충무공을 자신들의 선배로 여기며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설치된 동상 앞에서 전역신고를 하기 때문이 아니다. 헬기사고 유족과 충무공의 외로움은 닮았다. 모든 것이 풍족했던 일본군과 달리, 충무공은 한 줌밖에 안되는 조선 수군을 보존해가며 전투를 이어갔다. 싸우는 위치도 적의 위치에 따라 결정됐다. 원균의 칠천량해전 참패 후 수군을 재건하는 것도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선조는 충무공에게 ‘면사첩’을 내리는 것으로 책임에서 벗어났다. 노량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충무공은 외로웠다.
 
충무공과 노 의원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후세 사람들은 충무공을 ‘구국의 영웅’ ‘성웅’으로 기린다. 노 의원을 아끼고 사랑했던 이들의 눈물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헬기사고 순직장병들의 죽음의 무게가 충무공, 노 의원의 그것보다 결코 가볍지 않을진대 돌아가는 상황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문건’ 작성 후폭풍 속 헬기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벌써 저만치 멀어져있다.
 
해병대 장병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격언 중 “해병은 전쟁터에서 외롭지 않다. 절대로 전우를 버리고 오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그들을 외롭게 놔두는 것은 ‘명예’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해병대에 대한 또다른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전진구 해병대사령관은 지난 23일 순직장병 영결식에서 “우리는 그 이름을 뼛속에 새기고 뇌리에 각인할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을 해병대 가족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병은, 그리고 유족들은 외롭지 않아야 한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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