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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폭염에 건설사 대책 분주…노조 "공기·임금에 반영해야"

건설사, 음수대·휴게실 마련…하도급은 방치 우려도

2018-07-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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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38도에 육박하는 최악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은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근로자의 온열 사고를 막기 위해 생수를 비치하고, 간이 휴게실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건설현장과 달리 다단계 하도급 건설업체에선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고 휴식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원들이 물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폭염이 절정에 달하며 건설사들이 현장 건설 근로자에 대한 예방책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혹서기를 대비해 현장별로 간이 휴게실과 그늘막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샤워시설과 음수대 설치, 혹서기 안전용품을 지급해 근로자의 건강관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자와 고혈압 근로자는 일대일 관리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기상청 경보 수준에 맞춰 현장 안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폭염 관련해 주기적으로 체온측정을 하고 탈수 예방에 나섰다. 한화건설의 한 건설현장에선 보건관리자가 체온측정을 매일 오후 2~3시 사이에 실시하고 있다. 또 습도가 높은 경우 신규입사자의 경우 휴식시간을 더 많이 배정하는 예방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광교컨벤션 꿈에그린 현장은 지하공간에 약 100여평 규모의 휴게실도 운영한다”며 “썬배드 100개, 식수대, 대형선풍기 등을 비치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영건설은 폭염을 대비해 얼음과 식염포도당 등을 비치해 근로자들의 온열질환에 대비하고 있다. 또 낮 최고 기온 시간대인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각별히 건강관리에 유의해 휴식 및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대기업 건설현장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공사 현장에선 혹서기 예방 대책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관리 받지 않는 하청업체 건설현장에선 예방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토목건축 현장 근로자 230명을 대상으로 이달 20일부터 3일간 실시한 '폭염기 건설현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햇볕이 완전 차단된 곳에서 쉰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26.3%(56명)에 불과했다. 또 혹서기에 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90.2%(195명)에 달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가의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에 따라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긴급 작업을 제외하고 작업을 중단하게 돼있지만, 별도의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한 근로자는 85.5%(183명)에 이르렀다. 그나마 근로자가 너무 더워 작업 중단을 요구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14.6%(31명)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실제 전북의 한 현장에서는 폭염 때문에 작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고 일하던 중 추락사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해당 현장은 사망사고 전날에도 폭염 탈진 노동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폭염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장시간 근로를 지양하고, 폭염을 사유로 공기를 늘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재희 민주노총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여름이 되면 대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 적용으로 장시간 노동이 철폐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은 노동자는 물량에 따라 임금을 책정해 시간 개념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공기나 임금을 산정할 때 폭염 기간을 염두에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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