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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법원행정처 "소위 안 되면 특위 구성해 통과 시켜라"

상고법원 통과 위한 로드맵 작성···의원들 성향별로 분류해 로비

2018-07-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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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19대 국회 동향을 분석한 후 의원들에 접촉하고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법사위 내 1소위원회 의원들의 반대 기조가 심화돼 법안 통과가 불발되자, 이를 대체할 법안심사 특위 구성까지 생각해냈다.
 
지난달에 이어 대법원이 31일 추가로 공개한 192개의 문건 중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법사위원 대응전략’, ’의원별 대응전략’, ‘상고법원 관련 야당 대응전략’ 등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국회의원들의 상고법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분석할뿐만 아니라 법원 내부 지인을 통해 접촉하고 설득하는 전략을 치밀하게 구상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3월 21일 작성한 ‘법사위원 대응전략’ 문건에 따르면 같은 해 6월 중하순 법안의 소위 통과를 목표로 3월 하순부터 의원들의 개별 접촉과 설득을 시작해 4월 공청회를 계획하는 로드맵을 그렸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불발되자, 6월 임시국회에서의 본회의 통과 추진과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재조정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3월 24일 작성한 '법사위원 접촉일정 현황'에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진/법원행정처 문건
 
또 ‘법사위원 대응전략’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중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전해철, 서기호 당시 의원을 '반대' 의원으로, 노철래, 김재경, 이춘석 의원 등을 '유보' 의원으로, 홍일표, 정갑윤, 박지원 의원 등을 '찬성' 의원으로 분류했다. 찬성 의원에게는 지지 확인을 부탁하고, 유보 의원에겐 ‘개인별 맞춤 접촉’ 후 적극적 설득으로 찬성을 유도했다.  반대 의원을 상대로 반대 의견의 적극적인 피력을 막자고 문건에 명시했다.
 
특히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전해철, 서기호 의원을 키맨 5인방으로 지칭해, 이들의 상고제도 도입에 대한 입장과 특징을 분석한 후 법원 내 지인을 통해 접촉해 입장 확인 및 설득을 계획했다. 의원별로 지역구 현안을 파악하고 접촉시 어떤 대화를 할지 대화 소재까지 정리했다.
 
같은해 8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고  야당 의원들의 상고법원에 대한 무관심 기류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에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야당 설득 및 대응 전략’을 작성해 전해철, 서기호 의원 등 법사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고착돼 이들과 접촉하고 설득해 법사위 내부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전 의원의 경우 한 전 총리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가진 후 정서적, 감성적 읍소 전략을 구사할 것'을 계획했다. 야당 지도부와의 면담도 추진했는데 당시 당시 문재인 당 대표 등 지도부에 면담을 추진하고, 문 대표와 전병헌 의원이 전 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설득과 면담을 추진하자고도 문건에 기록했다.
 
또 최후의 카드로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이 주최하는 만찬 자리에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여야 간사 등을 초청해 국회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를 만드는 방안도 마련했다. 다만 언론 등 외부 시선을 고려해야 하며, ‘격에 맞지 않은 점이 없지 않으나 이미 언론사 사회부장 등 그보다 훨씬 격이 낮은 인사를 초청한 바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위상에 흠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정현, 이춘석 의원과의 면담 내용도 문건에 기록됐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이 이정현 의원과 2015년 6월 4일 종로구 소재 한식당에서 만나 사법부가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이 의원이 상고법원 도입안에 대한 공감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다음해 이춘석 의원과의 만찬에서는 서울파산법원 설치를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 말기 최대 중점이라고 설명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상고법원 법률안 11월 정기국회 전략’이라는 문건을 통해 19대 국회가 12월초 끝날 것을 예상해 ‘법사위 1소위 개의를 필두로 앞으로 1달 동안 진행될 법률안 심사의 장에서 입법추진을 위해 마지막 총력 투입해야 할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어 반대 성향이 짙은 1소위를 대체 및 보완할 특위인 법안심사 특위 구성을 대안으로 구상했다. 이 특위에 평소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 의견을 보였던 의원들을 구성하는 방안까지 계획해 ‘특위를 활용한 법률안 통과 성사’를 그렸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건 중 애초 사법부 전산망에 올리지 않았던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 228개 중 중복되는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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