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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해제' 된 하루키를 만나다

일본 여성 작가와 나눈 인터뷰집 출간

2018-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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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미디어와 친숙하지 않아 ‘신비주의 작가’라는 별칭까지 단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후배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와 인터뷰하며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털어놓는다.
 
신간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는 미에코가 묻고 하루키가 답한 인터뷰 대담집이다. 2015~2017년 사이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롱 인터뷰’를 엮었다.
 
십대시절부터 하루키의 열혈 팬이었던 미에코는 때론 동경 어린 시선으로, 때론 날카로운 지적으로 대화를 끌어낸다. 소설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창작 원천이 된 유소년기, 세계관 등이 진솔하게 묻어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친구(소설적 영감)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쓴다. 친구가 오지 않더라도 청소를 하듯, 일단 쓰고 본다. 소설에 관한 한 근면한 편이다.
 
글은 독자들의 물리적 욕구를 일으키도록 쓴다. “글자만 보고도 굴튀김 생각이 간절해지는 문장을 쓰고 싶죠. 물리적 반응이 생기는 게 저는 너무 좋습니다.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그런 글을 좋아합니다.”
 
여성 캐릭터가 성적으로 소모된다는 비판에는 “미안합니다”라고 순순히 인정하고, 상업성이 짙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스스로의 작업을 ‘하루키 인더스트리즈’의 ‘거위’에 빗대기도 한다. 40년 가까이 설계한 ‘하루키 월드’의 내부를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200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상을 수상하고 연설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뉴시스·AP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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