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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요리 잘하는 남자가 정말 매력있나

즐기지 않는다면 결국 노동일 뿐

2018-08-09 11:35

조회수 :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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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는다면 ‘냉장고를 부탁해’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 같다.

앞치마를 두른 남자 쉐프들이 예능감을 뽐내며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화려한 음식들을 내왔다.

사실 그들의 레시피들은 요리 좀 한다고 자부할지라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방송을 타고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후 백종원의 시대가 열렸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쉬운 레시피들을 선보인 그는 압도적인 시청자를 확보하며 매주 부동의 1등을 마크했다. 인기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 갑자기 스캔들이 터졌고 그렇게 그의 시대도 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3대천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백종원은 요리 잘하지’라는 마리텔의 믿음을 그대로 함께하며 3대천왕에서는 요리 지식을 뽐냈다. 여기에 집밥 백선생까지, 먹방과 함께 요리레시피까지 알려주는 그는 국민 요리사로 자리매김했다.

남자들의 요리경쟁에는 삼시 세끼, 특히 ‘차줌마’ 차승원도 빠뜨릴 수 없었다.

나도 나름 전라남도, 그것도 광주광역시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한 까닭에 영재교육 받듯 요리에 대한 감을 익혔지만, 아무렇지 않게 척척 일상요리들을 내놓는 그는 정말 엄지척이었다.

 

캠핑 족의 증가 또한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캠핑 가면 남자가 다 한다’는 불문율에 ‘어차피 집에서 하는 거 왜 밖에 나가 고생해야 하나’라며 캠핑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나와 달리, 캠핑에 빠진 친형은 뒤늦게 요리에 관심을 보였고 지금은 20년쯤 살림을 맡아 했던 나보다 스테이크를 잘 굽는 남자가 됐다.

이처럼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러워지며 동시에 멋있다는 인식이 생기며 ‘요섹남’이라는 단어도 탄생했고, 일반대중 사이에서도 요리 좀 한다며 자랑삼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요리를 못하는 남자들이 오히려 바보취급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아내의 맛’에서 배우 정준호는 깜짝 요리쇼를 보였다. 사실 살짝 어설퍼 보이긴 했다.

 

반면 부부 동반으로 정준호와 경쟁 구도에 서버린 홍혜걸은 요리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왔고, 신문기자이자, MC로,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단지 요리를 못할 뿐.

혹자는 나의 시선을 불편하게 볼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게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꼬추’ 떨어지는 시대는 5만년이 지났고, 이제는 경제활동부터 살림, 육아까지 함께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경제활동 영역으로 진출하며 남자에게 육아·살림 영역이 요구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꼭 남자가 요리를 잘해야 하나?

이제는 활동을 접었지만 몇 년 전까지 다니던 봉사활동에서 난 남자라는 이유로 청소조로, 여자들은 같은 이유로 요리조로 배치됐다. 꺅꺅거리며 김치에 들어갈 무채를 감자튀김 만한 크기로, 그것도 매우 느리게,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써는 여자들을 보며 고구마를 통째로 삼켰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를 칭찬하고, 요리를 못하는 여자를 흉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고 흥미가 다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를 요구하는 것은, 방송 트랜드에 남자들이 희생되는 건 아닐까 싶다.

요리는 그냥 하고 싶은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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