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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시노다 "내 음악, 세상 위로하는 ‘아트 테라피’ 되길"

2018-08-13 14:58

조회수 : 6,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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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시간은 줄었고,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 “체스터가 떠나고 몇 주 지났을 때부터였어요. 문득 문득 피아노 뚜껑을 열고 칠 뿐이었죠. 처음부터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는 건반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실었다. 지난해 동료를 하늘로 보내고, 상실의 아픔에 몸서리치는 내면이었다. ‘서 있을 다리가 없어/ 기댈 곳 없이 돌아드는 회오리 바람처럼/ 이제 끝났다는 있을 수 없는 생각까지 와서(‘Place To Start’ 가사 중 일부)’
 
지난 11일 인천 쉐라톤 호텔에서 만난 마이크 시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미국 록 밴드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래퍼 겸 프로듀서)는 지난해 동료 체스터 베닝턴(보컬)과의 예기치 않은 이별을 겪었다. 11일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에서 만난 그는 올해 1월 발매한 솔로 앨범 ‘포스트 트라우마틱(Post Traumatic)’에 대해 “마음을 치유하는 ‘아트 테라피’처럼 작업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체스터를 잃고 난 후 후유증은 열병과도 같은 것이었다. 비관적인 생각은 마음 깊숙이 퍼져 갔고, 급기야 음악을 아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까지 확장됐다. 앨범 전반부라 할 수 있는 7곡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다 만들어 졌다. 전반부는 슬픈 감정을 엮은 한 편의 긴 ‘비가(悲歌)’에 가깝다.
 
“앨범 수록곡은 만든 시간 순서에 따라 실렸어요. 그래서 앞 부분은 대체로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있죠.”
 
지난 11일 인천 쉐라톤 호텔에서 만난 마이크 시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하지만 그는 어둠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집 밖으로 나와 당차게 스튜디오로 향했다. “힘을 내야 한다”는 마음을 먹자 아이디어가 확장되고 넓어졌다. 앨범 후반부부터는 다시 희망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크로싱 라인(Crossing Line)’을 만들 때부터 ‘이제 앞을 보자!’, ‘희망을 가져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해도 그 이면에 삶에 대한 감사와 축하가 있었으면 했어요.”
 
자신의 치유는 곧 주변에서 주는 사랑을 돌아보게 했다. 특히 매 공연 때마다 체스터의 상실을 함께 위로하고 걱정해주는 팬들을 보며 힘을 낸다. 그는 “’밋 앤 그릿’ 행사 때 팬들을 만나면 나의 공연이 그들에게 카타르시스와 힐링이 되는 걸 느낀다”라며 “내 음악이 체스터의 팬이나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티스트’로서의 응원에 가까운 형태 임을 덧붙였다. “음악으로 그들에게 직접적인 말이나 메시지를 주는 것은 힘듭니다. 그들 개개인의 상담사라기 보다 저는 아티스트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음악으로 힘을 얻고 용기를 얻는 건 제 바람입니다. 또 기회가 되면 늘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전문의에게 적극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요.”
 
마이크 시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이날 인터뷰 이후에는 펜타포트 무대 일정이 있었다. “솔로 퍼포먼스는 몇 년 전부터 해왔어요. 포트너 마이너란 솔로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요. 린킨파크 곡들도 물론 하는 편이지만 저 온전히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특히 ‘원 스텝 클로저(One Step Closer)’ 같은 곡은 말도 안될 거고요. 주로 솔로 무대에서는 제가 보컬이나 가이드 보컬을 썼던 곡 위주로 꾸미고 있어요.”
 
불혹을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년’ 같았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뉴에라 모자를 쓰고는 세상만물에 편견 없이 지적 호기심을 갖는 아이 같았다. EDM이나 힙합 등에 비해 세계적으로 하향 추세인 ‘록’씬에 대한 견해를 묻자 “평소 아티스트를 어떤 정형화된 박스 형태에 가두는 걸 힘들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장르 구별의 무의미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음악을 장르로 구분해서 듣기 보다는 무드에 따라 들어왔어요. 그게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즐기는 추세인 것 같아요. 제 앨범에 피처링한 ‘그랜드 썬’이란 친구 역시 랩퍼로 시작했지만 굳이 힙합 아티스트라고 딱 정해서 보긴 힘들어요. 우리가 사는 ‘모던 월드’에선 음악이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기능하는 모든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크 시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시종일관 밝고 겸손했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대화 끝에는 “저와 오늘 만나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향후 활동 계획을 묻는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일단은 린킨파크 관련해선 계획이 없어요. 정해지는 대로 공지하고 발표할 예정입니다. 솔로 앨범 관련 해서는 아시아, 유럽 투어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투어가 잡혀 있어요.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오픈 마인드’이고요. 그 외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을 거 같습니다.”
 
“한국 아티스트와의 협업요? 물론 가능하죠. Sure! Yeah! Sure! (웃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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