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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특검', 누가 책임질 것인가①)'정치적 흥정'의 산물…다시 고개드는 특검무용론

"청와대 심판할 것"…김성태 원내대표 단식 후 특검법 합의

2018-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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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오는 25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특검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특검팀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예상은 수사 기간 내내 주요 피의자로 거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더 굳어지고 있다. 출범부터 정치적인 논란거리를 안고 있던 이번 특검팀의 수사를 놓고 '최악의 특검'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90일 가까이 진행된 이번 특검팀의 수사를 돌아본다.
 
지난 5월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9명 중 찬성 183명, 반대 43명, 기권 23명으로 특검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여야 4당 원내대표가 같은 달 14일 특검법 처리를 합의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 전 국회는 42일 동안 파행을 이어 왔고, 그중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9일 동안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며, 추경안 심사 등이 절실했던 여당은 결국 14일 본회의에 합의했다. 이마저도 '민주당'이란 문구를 넣는 것이 공방이 되면서 특검법 최종 합의는 결국 그달 18일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특검법은 댓글 조작이란 본질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흥정'한 성격이 짙었다. 무엇보다도 6월 지방선거를 위한 '무리수'란 지적도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김성태 원내대표의 목숨을 건 투쟁은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드러나게 만들 것이고,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청와대와 민주당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단식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미 '드루킹' 김모씨는 3월 경찰에서 구속된 이후 4월 검찰이 기소한 상태였고,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과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 등 사회적으로 더 주목받은 사건도 수사가 진행되던 때였다.
 
준비 기간 20일을 거친 특검팀은 "이 사건은 표적 수사도, 청부 수사도 아니다.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란 다짐을 밝히고 활동을 시작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절반이 지날 동안 경공모의 핵심 회원 2명을 구속했지만, 정치인을 상대로 인사 청탁, 자금 전달 등 의혹을 받은 경공모의 또 다른 회원 도모 변호사의 구속에는 실패하는 결과를 얻었다. 특검팀은 특검법 처리에도 합의했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달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를 죽음으로 몰았던 일부 보도에 대해 정의당은 "고인과 관련된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피의자 신분도 아니었던 노 원내대표는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는 유서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답했다. 이후 특검팀은 정의당 관계자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밝힌 노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촉발된 논란을 더 키웠다. 정의당은 "특검의 주장은 어떤 의도인지, 어떤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특검의 행태는 허위 정보를 확대 재생산해서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상에 무분별하게 떠도는 허위 정보를 근거로 공당의 정치인을 음해하려는 것인가"라며 "특검은 지금이라도 본연의 임무로 복귀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검팀 출범 이전부터 주요 수사 대상자로 거론된 김경수 지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때도 논란은 이어졌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도 1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김 지사에 대해 특검팀은 드루킹의 공범으로 판단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김 지사는 2차례나 출석해 포토라인에 섰고, 2번째 조사에서는 김씨와 대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직 도지사를 재차 조사한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고, 김 지사를 이른바 '전국구'로 만들어줬다는 조롱도 있었다. 특검팀은 송인배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현직 청와대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공개 소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검팀은 15일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만료일을 열흘 남기고 던진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였던 셈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해 또 다른 혐의로 제기됐던 공직선거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을 제외하고,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하는 등 영장심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재청구를 대비한 것이란 위로 섞인 분석도 나왔지만, 법원은 김 지사가 범행에 공모한 것에 대해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특검팀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기간 연장에 대한 명분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90일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검팀의 수사가 종료되기 전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지만, 앞서 진행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삼성 뇌물 등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19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 수사 전후로 구성됐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각각 구속기소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특검 수사 연장을 거부하면서 야당에서는 특검법 개정안 시도도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연장에 대한 주장 외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노회찬 의원, 송인배 비서관 등 특정 인물을 떠나서 특검 수사의 본질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가 많았고, 이에 대한 보도가 무분별하게 나온 것이 아쉬웠다"며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김경수 지사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수 지사에 대한 수사에 전념했다면 수사 기간 연장에 대한 상황도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공소유지에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 브리핑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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