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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블라인드 채용의 결과는?

그저 웃지요

2018-08-24 11:03

조회수 :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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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능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신문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 중 10위 안에 꼽히는 대학을 졸업했다. 편입제도를 이용한 결과다.
엄밀히 따지자면 편입시험을 두 해나 치렀다. 고향에서 편입을 준비한답시고 단어장 좀 외우다가, 형이 자취하고 있는 서울 대방동으로 올라와 부근에 있는 유명 편입학원을 다녔다.

그 기간중에도 돈을 벌기 위해 수업이 끝나는 토요일 저녁, 기차를 타고 고향을 내려갔고, 일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다시 새벽에 올라와 다음날 수업에 참석했다. 주말동안 쉬지 못하고 이동하며 밤낮으로 공부에 매달리자 코피가 쏟아지는 건 예삿일에, 수요일 쯤 정상 컨디션이 회복되면 다시 토요일에 내려가는 짓을 6개월간 반복했다.

그러고도 합격할 거라고 믿었다니. 12곳을 썼고. 모두 떨어졌다.

다음 해 고향의 일자리를 정리했다. 학원 또한 같은 브랜드지만, 굉장히 유명한 강사들이 몰려있는 동대문점으로 옮겼다. 남들 다하듯, 하루 4시
간 자며  가장 일찍가서 가장 늦게 학원을 나왔다. 식사 때는 빨리 먹을 수 있는 김밥 또는 비빔밥을 먹으며 단어를 외었다.

그 해, 10곳을 썼고 9곳에 붙었다.

얼마 전 기사를 봤다. 학벌, 성별, 지역 등 차별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했더니, 오히려 인서울 대학 출신의 채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대 학생들이 인서울 졸업생들에게 밀려 취업을 못하니 블라인드 채용을 하자는 신박한 논리의 탁상행정의 결말이다.

편입학원조차 같은 서울 내에서도 동네에 따라 수준이 크게 차이나는데 하물며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를 예상하지 못하다니.

그저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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