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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컬쳐보드)'페미니즘 공기'가 바꾸는 대중문화

2018-08-30 16:32

조회수 :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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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 소설을 읽던 선생님이 '여성적 어조'라 칠판에 적는다. 그대로 받아 적던 학생들. 지금은 이 모든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경향신문: 페미니즘으로 다시 읽고 새로 쓰는 '한국 문학'

(지난해 페미니즘을 주제로 단편소설 '현남오빠에게'를 낸 작가들의 간담회. 사진/뉴시스)
 
“‘사미인곡·속미인곡’,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정한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설명할 때 언급되는 ‘여성 화자’ ‘여성적 어조’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이 늘어난 지는 꽤 되었어요. 여성적 어조가 뭐냐는 것이죠. 교과서에 실린 최인훈의 <광장>,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의 작품들에서 여성 인물들이 성적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어요. 해당 장면들이 교과서에 실리지 않더라도 전체 줄거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해당 장면이 실리지 않으면서 아예 여성 인물이 삭제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문학은 올해 초부터 그 해석에 관한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다. 올해 초부터 촉발된 '미투 운동'의 흐름이 결정적 동인이 되고 있다. 일단 출판사들부터가 변화된 공기를 체감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다. 

신문은 한국 현대문학의 정전으로 일컬어지는 작품들을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쓰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현진건 '운수 좋은 날'을 아내의 시점에서 다시 쓴 소설가 김이설의 '운발 없는 생'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비단 문단에서의 변화 만은 아니다. 대중음악계에서도 변화의 공기는 체감되고 있다.

조선일보: 남자 아이돌은 지금 페미니즘 열공 중

최근 서점가에서는 미국 작가 토니 포터가 쓴 페미니즘 서적 '맨박스(Manbox)'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린다. 그는 2016년 자신의 이름으로 낸 믹스테이프 수록곡 '농담'에서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 등의 가사를 써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소속사를 통해 공식 사과한 그는 작년 1월 방탄소년단 트위터 계정에 이 책이 있는 자신의 방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후 신곡을 발표할 때는 여성학 교수 등을 찾아가 가사 첨삭을 받는다고 한다.

신문은 BTS의 RM 사례를 들며 남자 아이돌들이 페미니즘 의식을 배우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기획사들조차 신곡마다 성 편향성을 검토하고, 교육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팬들까지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선물로 전한다는 부분에서도 변화의 물결을 체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공식 트위트 계정에 올린 사진에는 남성성을 둘러싼 고정관념을 다시 돌아보라는 책 '맨 박스'가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한겨레: “페미니즘 하지 말란 말에 더 떠들어야겠다 결심했죠”

페미니즘을 얘기할 만한 음악인들에게 연락하니 모두 흔쾌히 수락했다. 김민정(에고펑션에러), 백수정(다이얼라잇), 소히, 안예은, 연리목, 오지은, 요조, 흐른 등 여성 음악가 8명과 페미니즘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남성 음악가 유병덕(9와 숫자들)을 인터뷰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페미니스트로서 전진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흐른과 얘기하면서 왜 여자가 음악을 10년쯤 하다 보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지, 유병덕과 얘기하면서 왜 여성 음악평론가 숫자가 부족한지를 깨닫게 됐거든요.”

(두 개의 목소리. 사진/교보문고)

일각에서는 뮤지션들의 인터뷰와 페미니즘을 엮어 보는 시도도 나온다. 여성, 페미니즘에 관한 바뀐 공기가 문화의 창조적 시각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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