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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학대 논란, 처벌되나

2018-09-19 08:57

조회수 :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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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주시가 위탁 운영하는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된 유기견이 산 채로 냉동고에 갇혀 동사(凍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려동물 학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반려동물들이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보호센터에서조차 반려동물들에겐 작은 안식마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학대 사건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졸속 행정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한데요.

관련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사진/사회 관계망 서비스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
첫 단추 잘못 꿰더니 갈등 폭발
(충북인뉴스 기사 읽어보기)

올해 7월19일 충북 지역의 한 온라인 매체에서 청주시와 반려동물보호센터(이하 센터) 수탁자, 동물보호단체 간의 갈등을 처음 다뤘는데요.

청주시는 2016년 11월 공모를 통해 센터를 위탁 운영할 수탁자를 선정했으나, 수탁자가 12월 센터 개관 당시 보름 만에 운영을 자진 포기하면서 협약서도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2차 공모를 거쳐 청주 D동물병원 정 원장을 수탁자(센터장)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와 정 센터장 사이에서 체결되는 협약내용은 허점 투성이였습니다. 

2년간 총액 7억3880만원으로 운영비용을 정해놓고 세부적인 집행기준을 정하지 않았으며, 직원 인적구성에 대해서도 필수인원(수의사, 포획사, 관리사)만 규정해 당초 9명이었던 고용 계획인원을 5명으로 줄여도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안락사 아닌 고통사 의혹 제기
(충북인뉴스 기사 읽어보기)

지난달 15일 이 매체는 후속 취재를 통해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의 유기견 학대 의혹을 집중 조명합니다.
센터 전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보호 기간이 지난 유기견을 안락사 시킬 때 안락사가 아닌 고통사를 시행했다는 것인데요.


직원들은 "정 센터장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마취제를 쓰지 않고 반려동물들을 고통사 시킨다"고 주장했지만, 정 센터장은 "마취와 호흡억제 성분이 함유된 T61 주사제를 써 고통사와는 관련 없다"고 해당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T61을 수입판매하는 한수약품(주)의 약품설명서에 따르면 ‘대상 동물이 의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마취 처치를 통해 진정 및 마취상태를 확인한 후 사용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게다가 T61은 실수로 손가락 등을 찔렸을 경우 괴사 위험이 있을 정도로 조직 자극성이 심한 약품이어서 대상 동물이 의식이 있다면 마취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정 센터장의 T61 약품 실제 사용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전직 직원 A씨가 정 센터장과 대화를 녹음한 내용에 따르면 “센터장이 수차례 주사기로 가슴을 찌르고 죽지 않자 바닥에 눕혀 목을 발로 누르기도 했다”, “안락사 시킨 개가 3일 뒤 냉동고 문을 열어보니 살아 있는 것이 확인돼 직원들이 따로 처리했다” 등의 내용이 나오는데요.

T61은 5ml의 적은 주사액으로 몸무게 10kg의 큰 개도 처치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또 T61은 무색 용액인데 반해 센터장이 우윳빛 약물을 사용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진/사회 관계망 서비스

언론 보도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정 센터장과 센터 직원들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는데요.

해당 대화를 보면 구조된 유기견을 산 채로 냉동고 안에 가뒀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냉동고에서 3일간 살아있었다는 얘기를 직원에게 들은 적은 있지만 보진 못했다"는 정 센터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정 센터장은 심지어 해당 유기견의 생사여부를 두고 밥값 내기까지 했다는 폭로가 더해져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화면

산채로 냉동고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한 청주시반려동물보호소 유기견 학대 사건을 조사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바로가기)

이런 국민적인 관심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8월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올라온 뒤, 청원 시작 이틀만인 2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4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9월5일 현재 오전 11시30분 기준 서명 인원은 7만5000여 명으로 늘어난 상태로 최다 추천 청원 2순위입니다. 청원 마감은 이달 24일입니다.


사진/사회 관계망 서비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 동물학대 의혹 "사실 확인중"
(뉴스1 기사 읽어보기)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 운영 포기…긴급 인력 투입
(뉴시스 기사 읽어보기)

경찰 '청주시반려동물센터 학대 의혹' 수사 착수
(뉴스1 기사 읽어보기)

국민청원 이후 사건은 급박하게 흐릅니다.

8월27일 청주시는 센터에 제기된 각종 의혹(구조된 유기견 냉동고 방치로 동사, 폭염에 유기보호동물 방치 등)에 대한 현장 실태 조사에 나섰으며, 이 날 센터장은 시에 센터 운영 포기서를 제출합니다.
같은 날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본부는 정 센터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청주 흥덕경찰서에 고발했으며, 청주시청 제2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습니다.

다음날인 28일 청주흥덕경찰서는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본부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한다고 밝히며 수사 착수를 알렸는데요.
이와 관련 정 센터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상헌 흥덕경찰서 수사과장은 "고발장 접수를 마쳤고 고발인과 피고발인은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사회 관계망 서비스

청주시, ‘유기견 학대 의혹’ 반려동물센터 직접 운영하기로
(한겨레 기사 읽어보기)

“유기견 불법 판매” 청주시 반려동물센터 추가 의혹 나왔다
(일요신문 기사 읽어보기)

이번 반려동물보호센터 유기견 학대 논란은 청주시가 반려동물보호센터를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 ·운영키로 결정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는데요.

정 센터장이 올 5월에서 8월 사이 20여 마리의 대형견을 자신의 지인에게 분양하는 과정에서 대형견들이 올가미로 거칠게 끌려가 철장에 넣어지고, 트럭 뒤에 실리는 정황들이 추가로 목격돼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정 센터장이 일정 금액을 받고 개를 식용이나 실험용으로 대거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진 것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불안감으로 하루를 보내며, 또 고통 받을 위기에 처해 있을까요.
개인의 영역을 넘어 지자체가 유기동물 관리와 동물보호센터 감시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동물 학대, 불법 판매 등이 근절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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