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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경영' 빅픽처 그린 알리바바 마윈

2018-09-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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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 업계의 '거인'이라 불리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내년 9월10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젊은 인재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자신은 마이크로소프트(MS) 빌게이츠처럼 자선 사업을 하겠다는 건데요. 알리바바를 넘어 세계 IT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회장직 은퇴'란 단어를 썼는지 여부는 언론간 보도의 차이는 있는데요. '2선 후퇴'를 하면서 '젊은 경영'이란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젊은 피' 장융은 누구인지, 마윈은 자신과 알리바바의 꿈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전 세계 IT업계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등에 관한 내용을 모아봤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전 회장. 사진/뉴시스

1. '알리바바 20주년'에 마윈 회장직 사퇴?

알리바바 마윈, 내년 9월 회장직 사퇴…장융 후계자 지명(종합)
(연합뉴스 읽어보기)

마 회장은 10일 인터넷으로 성명을 내고 "오늘 알리바바가 19주년을 맞는 날,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모두에게 말씀드린다"며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알리바바 설립 20주년 기념일인 내년 9월10일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회장) 자리를 장융(張勇) 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오늘부터 장융과 전적으로 협력해 우리 조직의 과도기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며 "2019년 9월 10일 이후에도 저는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 때까지는 여전히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년 전 9월10일 마윈 회장은 절강성 항저우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알리바바를 창립했습니다. 그리고 딱 20주년이 되는 내년 9월10일, 그는 회장직에서 내려올 예정입니다. 갑작스레 한 결정은 아니고 무려 10년간 심사숙고 끝에 준비해온 과정이라 합니다. 회장직에서 사퇴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여전히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일정한 '지도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도 우세한 상황입니다.

2. '젊은피' 장융 CEO를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

'황제가 된 중국 CEO', 전자상거래의 달인 알리바바 장융
(뉴스핌 읽어보기)

중국 매체 제몐(界面)과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가 선정한 2018년 중국 최고 CEO 50인 가운데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린 알리바바 CEO 장융(張勇).  장융은 중국 ‘신소매(新零?) 원년’으로 불렸던 2017년 당시 마윈(馬雲)과 함께 신소매의 전도사로서 알리바바를 이끌며 중국 유통산업 트랜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마윈이 지목한 장융은 1972년생으로 상해재경대학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고, 아더 앤더슨, 성다 그룹 등을 거쳐 2007년 알리바바 그룹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유명해진 건 입사 2년 뒤 기획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때문이었는데요. 2009년 11월11일 이 대규모 쇼핑 축제가 세계적인 이벤트로 자리 잡으면서 알리바바그룹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2015년엔 알리바바 최고경영자로 전격 발탁되고, 이때부터 알리바바에 '젊은 감각'을 수혈하려는 마윈의 의지가 엿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CNN머니는 마윈 회장이 이날 이렇게 말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선생들은 항상 그들의 학생들이 자신을 뛰어넘기를 원합니다. 나와 내 회사가 해야만 하는 일은 훨씬 더 어리고 더욱 재능있는 젊은 이들에게 리더쉽 역할을 넘겨 주는 것이죠"

 

마윈의 뒤를 이을 장융. 사진/뉴시스 

3. 빌게이츠의 길 걷는 마윈?

마윈 “빌 게이츠처럼 자선사업에 매진”
(동아일보 읽어보기)

마 회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교육에 초점을 두고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도 “나는 빌 게이츠에게서 배울 게 많다. 일찍 은퇴하는 게 낫다”며 “곧 교사로 돌아갈 것이고 알리바바 경영자로서보다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지난 7일 이렇게 보도했지만, 실제로 이날 성명에서 마윈이 공식 은퇴를 표명한 건 아니었습니다. '주석(회장) 자리를 장융(張勇) 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지만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은 유지하겠다'라고 덧붙임으로써 '2선 후퇴'란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장의 알리바바 주가하락에 대응코자 '은퇴'를 공식 표명하진 않았어도 실제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장기적으로 '조기 은퇴'의 뜻은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 "교육에 초점을 두겠다"는 은퇴 이후의 바람에서는 원래 저장성 항저우사범대학을 졸업해 영어 교사를 하던 과거 이력도 엿볼 수 있는데요. 그는 과거 영어교사를 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기업인으로 변신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든 조기은퇴 후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는 '빌게이식 포부'는 알리바바를 넘어 세계 IT 업계에 새로운 기업문화 트렌드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추가 심층 보도 기사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이번 승계 계획은 한 기업이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IT 업계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교육 등 관심 사업 쪽으로 돌아갈 것이란 의지도 중국의 '스승의 날'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가 중국 교육 산업 쪽에 얼마나 관심을 쏟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라 짚었습니다.

알리바바그룹 연간 기념 파티에 참석해 알리바바 로고를 들고 있는 사람들. 사진/뉴시스

 
4. 알리바바와 마윈의 20년 서사는 '실패와 도전'

“알리바바의 최고 자산, 실수와 실패”
(뉴스토마토 읽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알리바바 창업 멤버 18명은 모두 상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남았고 함께 힘을 모아 큰 일을 해냈습니다. 알리바바의 가장 큰 자산은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아니라 그동안의 수많은 실패와 실수입니다.”

=이번 마윈의 결정을 보면서 작년에 읽은 마윈의 자서전 '마윈의 내부 담화'가 떠올랐습니다. 마윈 회장은 책에서 자신의 학창시절부터 알리바바 창업가, 경영 한지 10년이 흐른 세월을 '실패와 도전'의 역사로 정의합니다. 매순간 실패하고 거기서 얻은 경험의 산물이 '알리바바'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그룹은 처음에 영어 번역 온라인사이트인 하이보번역회사에서 시작했다는 일화는 재밌습니다. 또 인터넷의 시장성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차이나옐로페이지란 사이트를 열었다 망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일련의 결과물에서 얻은 성공과 노하우를 토대로 1999년 알리바바닷컴이 탄생하게 됩니다.

알리바바는 중국 중소기업, 세계 기업을 잇는 B2B거래에서 시작해 2003년 C2C 커머스 '타오바오', 2004년 '알리페이' 2008년 B2C 티몰 등을 확장하면서 세계로도 뻗어가는데요. 실패 때마다 위기 상황을 늘 기회로 삼아가는 그의 기업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계승 계획 역시 그와 알리바바의 또 다른 실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알리바바는 늘 그래왔듯, 여기서 한 단계 더 뛰어난 알리바바를 설계하기 위한 도전일 것입니다. 이번 발표로 알리바바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서사적 관점을 갖고 이번 일을 본다면 꼭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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