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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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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수출에서 ‘심’ 보자

2018-09-13 14:23

조회수 : 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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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일찍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어려서 면역이 약한데 여러 아이들과 섞여 지내니 감기를 늘 달고 산다. 병원을 밥 먹 듯 드나들고 항생제 처방을 계속 받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약한 자극에도 두드러기가 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병원 진료를 받아도 기침이 한달 넘게 멈추지 않았다. 면역에 좋은 걸 먹어야겠다고 아이든 어른이든 홍삼 같은 걸 찾게 됐다.
 
가만 생각해보면 맞벌이, 인구 노령화, 바이오, 실버산업 등 요즘 키워드가 모두 건강식품이 잘 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낸다. 우리 제조업을 먹여살려온 중국만 해도 이제는 자체 산업을 키우고 우리 산업을 밀어낸다. 대신 경제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우리 건강식품을 찾게 됐다. 대표적인 게 인삼이다. 자체 중국삼이 있지만 우리 삼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 인삼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재배, 가공기술, 약리효능 연구도 세계 톱 수준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삼 종주국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인삼이라는 천혜 자원을 소홀히 했다. 왜 진작 인삼을 주력 수출품으로 키우지 못했을까 안타까움이 든다.
 
우리 인삼은 경쟁국들이 따라잡으려 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삼께서는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신다. 강수량도 비교적 적어야 하고 토층에 대한 선호도 까다로우시다. 그래서 한반도가 인삼 생산의 최적지로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가장 질 좋은 인삼을 생산하는 종주국 위상은 인삼님이 안겨줬다.
 
인삼은 여느 농작물과 다르게 고도화된 산업적 특성도 갖추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홍삼 연구개발에 영업이익의 30%를 쓴다고 한다. 최첨단 반도체도 그에 훨씬 못미친다. 홍삼의 효능 입증과 재배 기술을 연구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인삼 재배 농가와 연결된 태생부터가 상생인 착한 산업이기도 하다다른 작물에 비해 생장속도가 느리고 생산량이 극히 적어 명품의 자질도 타고났다.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는 숭고한 목적도 있다. 이보다 몸에 좋고 버릴 게 없는산업이 또 있을까.
 
그런데 한국 인삼은 종주국 명성에 비해 수출이 미약하다. 지난해 수출액은 15839만달러로 199016500만달러보다 후퇴해 있다. 미국, 캐나다, 중국 등지에서 생산된 저가 인삼이 시장을 잠식했다. 원인은 글로벌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은 데 있다. 일례로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에는 진셍이 포함됐다. 미국삼이다. 진셍은 국제 학술어인데 인삼의 일본식 발음에서 파생된 것이란 주장이 많다. 김치가 해외에서 기무치로 불리는 것과 같다. 고려인삼 종주국 명성이 깎이는 일이다.
 
외국삼은 발견 초기부터 수출을 위한 상품으로 집중 육성해왔다. 재배부터 수출까지 일관화된 체계를 구축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내수 수요가 거의 없음에도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중국은 인삼에서도 굴기하고 있다. 백두산 일대 15개 현을 인삼 주요 생산지로 지정하고 2020년까지 인삼시장을 1000억위안 규모로 키우겠다고 한다.
 
세계시장의 보호무역, 과점화로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세계 일등 상품은 점점 위상을 잃고 있다. 4차산업, IT혁명도 좋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 천혜의 명품 인삼을 활용한다면 실버산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 재배 가공기술 혁신, 수출마케팅 고도화가 이뤄진다면 인삼은 석유와 같은 부를 안겨줄 것이다. 인삼의 순수 우리말은 이다. 우리나라를 세계 '중심'으로 만들어 줄 인삼을 키우자.

이재영 산업2부장(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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