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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친구와 취재원, 공무원의 52시간 근무제

2018-10-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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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에 고위 공무원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 정말 죄송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쪽에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이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친하기는커녕 여럿이 점심 한 번 먹은게 전부인 기자가 밤 늦은 시간에 거는 전화가 당연한 그 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 가운데 정무적인 업무를 맡는 분들에게는 52시간 근무제가 황당한 소리일 것 같다. 근무와 근무가 아닌 일의 경계를 오가는 동안 추가근무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사실 기자라는 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녁자리가 부담스럽다는 말에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는 말로 화답하는 취재원과의 식사는 일일까 아닐까.

지방과 서울을 오가야 하는 한 공무원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소확행을 실행한다는 꿀팁을 전해주기도 했다. 대전청사에 내려갈 때면 성심당에 들러 후배에게 돌릴 빵을 잔뜩 사고, 서울에 올라와서는 서울역 5층(?) 장난감가게(?)에서 1만원짜리(?) 애기 선물을 사서 집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한다. 규칙을 정해서 실천하는 일이 행복하다나? 멘탈이 털릴 만큼 정신 없는 가운데 억지로라도 잠깐 다른 일에 마음을 쏟으면 심신이 한결 나아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일 것 같다고 추측해본다.

몇일 전에는 연락 안한지 오래된 친구에게 밤 늦게 전화를 했다. 억지스럽지만, 보고싶어서 건 전화는 용건이 있어서 취재원에게 전화하는 심리와 닿아있는 지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궁금한 게 있는 거니까...(!) 여기에 이르면 밤 늦게 덜 미안하기 위해서는 취재원과 친구가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취재원과 친구가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취재원이기 전에 친구일지 아니면 친구이기 전에 취재원일지 판단하기 어렵다. 경계를 넘나드는 일의 무게가 간단할 리 없다는 충고가 들리는 것 같다.

정시퇴근을 알리는 PC 알림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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