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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나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욕망'을 믿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늦어지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

2018-10-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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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장면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화면. 사진/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일이라도 열릴 것 같은 북미정상회담은 내년 이후로 가는 분위기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아마도 내년 첫날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스티브 비건-최선희’ 실무라인은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북미 고위급 회담의 날짜 및 시간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면서 북미회담이 늦어지는 것처럼 주장한다. 또 그 와중 문재인정부가 대북제재 완화 및 남북경협을 공론화하며 과속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우선 미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로 엄청 바쁜나라다. 내부적으로는 11월 6일 중간선거가 있고,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난민문제 등이 있다. 여기에 이란과의 핵협상 파기, 중국과의 무역전쟁,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파기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외교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북한 비핵화 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닐까. 

왜 북한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까. 단순하다. 살 사람이 물건에 관심이 없고 딴 생각을 하니 팔 사람 역시 열의가 떨어지는 것이다. 자존심 문제도 있다. 북한 내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나치게 미국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면 내부 권위가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 튕길때 튕겨주는게 북한외교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소위 '벼랑끝 전술'도 피하지 않았다. 즉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북미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 우리나라가 과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일종의 기정사실화 전략으로 보인다. 속된 말로 알박기...남북관계를 불가역적인 단계로 끌고가 비핵화를 촉진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물론 미 행정부에는 이유와 경과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미국이 암묵적으로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왜? 다른 일들로 더 바쁘고 정신없으니까...과정이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그럴 듯한 결과만 나오면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한국정부의 속도위반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고, 한미동맹도 균열이 가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그 출처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인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체를 알수 없는 외교소식통이며, 실명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오바마행정부의) 전직 관료나 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즉 현직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의 입을 통한 워딩은 발견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정치학자 및 오바마행정부와의 다른 점은? 트럼프행정부가 현상타파적이라면 기존 전문가들은 현상유지적이다.

우선 현상유지는 지금의 남북 분단 및 갈등구조의 유지를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였다. 말이 좋아 인내지 그냥 그대로 나두는 것이다. 중동과 쿠바문제에 우선순위를 뒀던 오바마 행정부가 굳이 북한 문제에 변화를 가져와 신경분산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남북이 갈등구조에 있어야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주한미군 주둔 명분도 생긴다. 

반면 자기과시욕이 강한 트럼프는 현상타파적이다. 기존 정치외교 논리와는 궤를 달리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일이라면 뭐든지 피하지 않는 성격이다. 북한을 상대로 전쟁도 좋고 평화도 좋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끌고가면 된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평화가 좋지 않겠나? 우리 정부가 모래판을 깔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씨름을 한다. 천하장사 칭호를 갖는 것은 트럼프가 되겠지만 김정은도 쏠쏠한 파이트머니(경제개발 및 정상국가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소득이 들어온다.  

그럼 김정은의 비핵화 및 개혁개방 의지는 신뢰가능한가. 나는 김정은의 선의가 아닌 욕망을 믿는다.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30대 중반의 젊은이가 북한이라는 좁고 폐쇄된 땅에서 남은 평생 버티고 살 수 있을까? 미국에 직접가서 좋아하는 NBA 농구도 보고, 옛날 스키타던 스위스 알프스 산도 가고싶지 않을까?
 
나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욕망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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