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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우왕좌왕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2018-10-25 18:01

조회수 :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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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사업 이력과 경영 방식을 꼬집는 말이다. 제약업은 대기업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업종이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시장 지위와 영향력은 크지 않다. 
 
대기업 제약사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제약은 신수종 사업'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포부 당당하게 제약산업에 진입했다. 제약업종 평균 1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로 미뤄 알짜시장으로 평가했을 것이다. 약을 개발하고 허가 작접을 하고 공장을 짓는 등 제반 시설을 갖추는 데 힘뺄 것 없이 소규모 제약사를 인수해 버리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일면 제약업은 대기업 적합업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이상 몇백억씩을 투자해야 하는 제약업 특성상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에게 사업 잠재력이 커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제약산업에 진출한 대기업은 여럿 있는데, 제약 순위 상위권에는 들어 있지 않다. 업계를 뒤흔들 이벤트나 수출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대부분 30년 정도 업력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한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대기업 제약사가 이름값을 못하는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일단 일관되지 않은 사업구조 때문이 크다. 신약개발은 장기플랜이 중요하다. 오너 중심 경영구조의 장단은 차치하고, 전통 제약사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뚝심 있게 밀고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대기업 제약사는 CEO가 바뀔 때마다 파이프라인과 사업 방향이 중구난방 변경되기 일쑤였다. "숫자(매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약 개발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부담도 걸림돌이 됐다. 막상 들여다보니 신약개발 변수가 너무 많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4000~1만분의 1에 불과하다.
 
돈은 투자하기 싫고, 발을 들여놓은 사업은 해야 하고. 그래서 대기업 이름에 걸맞지 않은 고만고만한 제네릭 중심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물론 우린 신약개발 열심히 했다라고 반박하는 대기업도 있긴 하다). 
 
오죽하면 모 대기업 제약사 직원은 "신약 잭팟은 없을 것 같고, 매각하자니 사업 실패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싫고, 올커니 독립경영!"이라는 푸념 섞인 말도 한다. 
 
한미약품이 2015년 총 7조원 규모 대규모 기술수출를 터트렸을 때 모 기업 경영회의에선 "일개 한미약품이...너희들은 뭐했어"라고 질타가 쏟아졌다고 한다. 제자리걸음하는 처지는 생각 못하고 엄한 데 화풀이하는 격이다. 
 
몇 년 전부턴 대기업 제약사들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강행하면서 제약산업에 진출하면서부터다. 계열 제약사 매각을 검토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던 대기업도 어느 순간 회사 처분 얘기가 쏙 들어갔다. 
 
그렇다고 삼성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선 건 아니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삼성의 제약 진출은 변곡점을 만들어낸 시기로 보인다. 다른 대기업들도 불필요한 사업은 축소하고 특정 사업으로 일관되게 전문화·차별화에 나서고 있다(여전히 난 독립경영!도 있긴 하다). 사업 구조 전면 재평가에 나선 대기업 제약사도 있다. 변모는 긍정적이다.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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