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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스마트폰 때문에 과자·껌 매출도 급감했다

일본 제과업체, 장수제품 연이어 단종, 소비자 트렌드 변화 대응 못해

2018-10-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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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등, 시계·알람시계·스톱워치·타이머, 종이지도·GPS장치, 현금·카드, 오디오 레코더, 거울, 종이티켓, 카메라·비디오카메라,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아이팟 등 MP3플레이어·CD플레이어·라디오, 장거리 전화요금·문자요금, 휴대용게임기, 음성녹음기, 내비게이션, 단말기, 전화번호 안내책….
 
얼핏 보면 이들의 연결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분명 공통점은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자취를 감추거나 과거의 위상을 잃은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로 인식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데이터의 아비 그린가트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의 용도가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내비게이션 디바이스가 됐다”면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시각적인 경험을 하기도 전에 이미 스마트폰은 통신기기가 아닌 영상기기, 다시 말해 ‘도구(gadget)’가 아닌 ‘캔버스(canvas)’가 됐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듣고, 식사를 주문하며, 택시를 부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등 사람의 생활패턴이 점점 스마트폰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스마트폰의 기능도 더욱 확산되고 있으며, 그러면서 그 자리에 있던 기존 제품이 퇴출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스마트폰 때문에 매출 감소를 고민하는 의외의 업종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제과업계다.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30일 ‘과자 이탈 원인은 스마트폰…인기상품 잇따라 생산 종료’라는 제목의 보도기사를 통해 제과업계의 사연을 전했다.
 
 
일본 제과업체들이 과자와 껌 등 제품의 매출 감소 원인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폰을 지목해 관심을 끌고 있다. 도쿄의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3대 제과업체 가운데 하나인 모리나가 제과는 최근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초콜릿 과자 ‘초코 플레이크’ 생산을 내년 6월에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제과업체인 에자키 글리코도 장기간 꾸준히 인기를 모아온 롱 셀러 상품인 ‘키스민트 껌’의 생산 종료를 발표했다. 초콜릿 과자 제품들이 다양화했고, 라이벌 상품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등 치열한 경쟁 탓도 있지만 제과업계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손에 묻으면 끈적거리는” 과자를 싫어하고, 스마트폰만 처다 보느라 진열대에 놓인 제품을 보지 않는 젊은층의 트렌드 변화가 더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67년에 첫 출시된 초코 플레이크는 중고생을 타깃으로 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5년간 매출이 절반 정도가 줄어들었다. 모리나가는 초코 플레이크를 기획하면서 고객들이 이 제품을 “텔레비전(TV)을 보면서 먹는다”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가정 내 거실 또는 마루에 놓인 TV를 가족들과 함께 시청하다 보면 요깃거리나 간식거리를 먹곤 하는데, 그런 먹거리로 초코 플레이크가 안성맞춤이었다는 것. 이후 종이나 용기 포장으로 외부공간 또는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포장과 제품을 계량하는 등 진화를 거듭하며 장수 브랜드가 됐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매출이 부진해졌고, 결국 이를 타개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손에 초콜릿이 묻는 과자를 싫어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모리나가측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수제품인 ‘포테이토 칩스’도 “손이 끈적거린다”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전해지나 제조사인 칼비는 만져도 손에 파우더가 묻지 않는 상품을 발매하기도 했다. 다만 기존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층도 존재해 이 회사는 상품 다양화로 스마트폰 시대를 대응해 나가고 있다.
 
키스민트도 30여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타액의 분비를 재촉해 입 안을 적시는 성분이나 카드 케이스형 패키지가 특징인 키스민트는 경쾌한 리듬의 CM송도 화제가 되어 1987년 발매 후 일약 히트 상품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껌 매출은 2004년 1881억엔(한화 약 1조893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에는 1005억엔(약 1조11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원인으로는 껌처럼 버릴 필요가 없는 젤리나 타블릿 등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껌 시장 축소에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글리코측은 껌은 주로 여가시간에 씹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다면 편의점 등 계산대 앞에서 계산을 기다라가 주변에 진열되어 있는 껌을 발견하면 그때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계산대 앞에서도 고객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열된 껌을 사지 않는 것이 매출 감소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스테디셀러 과자 상품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쿠리키 케이 고베대학원 교수(마케팅론)는 “스마트폰 조작에는 손이 비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껌을 마지막으로 종이에 싸 버리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초코 플레이크처럼 초콜릿 등이 손에 달라붙는 제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에 대응하기에는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의 키보드도 마찬가지로, 손가락 얼룩을 불편해 하는 심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판매 부진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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