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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권일

10월의 마지막 날, 상반된 두 장면

2018-11-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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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라는게 있다. 광주광역시가 제안한 일자리 모델이다. 7000만~9000만원대인 자동차 생산직 평균연봉의 반값만 받을테니 광주에 친환경자동차공장을 짓자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투자의향을 밝히면서 청신호가 커졌다가 최근 현대자동차노조가 반발하면서 적신호에 막히는 등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경제를 회생시켜보자는 고육지책이다.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과 박병규 전 부시장이 의기투합해 시작됐다. 두 사람을 취재해 그 배경 스토리를 들었다. 시민단체 인사이자 안과의사인 윤 전시장은 YMCA활동을 하면서 1997년에 기아차살리기운동본부장을 맡았다. IMF로 기아차가 부도처리돼 광주경제가 어려울 때였다. 당시 기아차노조위원장이 박병규씨였다. 두 사람은 그때부터 광주를 자동차도시로 회생시키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틈틈이 자동차선진국인 일본과 독일을 다녀오는 등 광주형일자리의 윤곽을 잡게 된다. 광주형일자리는 4년 전, 윤장현씨가 광주시장이 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박병규씨를 광주시 일자리담당으로 영입했고, 임기말에는 광주시 부시장까지 맡겨 현실화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기 내에 마무리짓지 못하고 문재인대통령의 100대 공약에 포함시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광주형일자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현재 이용섭 시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광주형 일자리 현실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이 사업의 산파역인 박병규 전 부시장도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광주형일자리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의 노사정은 많은 것들을 합의했다. 광주자동차공장의 평균 초임 연봉을 3500만원(주 44시간)으로 하는데  합의하고, 대신 정부와 광주시 예산으로 주거(임대주택)·보육(어린이집 개설)·문화 등 1인당 연 700만원의 복지를 지원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사측도 3500만원 수준의 연봉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광주쪽에서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현대차가 협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노조의 반발도 크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0월 3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경영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투자에 참여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조선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는 10월 31일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청년들이 두려움과 좌절이 아닌 희망과 꿈을 향해 살아갈 수 있도록 광주시, 현대차, 노동단체가 광주를 대표하는 공장을 세워주길 바란다.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지역 청년들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광주 인구 유출은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의 마지막날 현대차노조는 광주형일자리에 반대하고, 광주의 대학생들은 찬성하는 상반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일자리 나눔은 노사가 한발짝 양보함으로써 가능하다. 평균연봉의 절반수준을 받고도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그런 일자리는 만들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당장 국내 건설현장이 그렇다.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 일당의 3분이 2만 받고도 일하면서도 불만이 없다. 광주지역 사학명문인 조선대의 학생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광주형일자리가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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