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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꾸밈노동'은 사회적 '여성성' 강요의 결과물

2018-11-02 15:44

조회수 :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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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노동'이란 보통 '일하는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꾸미기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해야 하는 노동'을 말하는데요.
넓게는 화장,  패션 등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가리킵니다,
즉 여성 근로자에게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화장이나 예쁜 옷 입기를 강요하는 등의 강제성이 부여되면 그 순간 꾸미는 행위도 노동이 되는 것입니다.
'꾸밈노동'과 관련한 사회 현상과 실제 사례, 논쟁 등을 살펴봤습니다.
 
꾸밈노동
 
1. 샤넬 직원들 회사에 '꾸밈노동수당' 청구
 
사진/픽사베이
 
샤넬 백화점 매장직원 334명, 사측에 '꾸밈노동수당' 청구소송
 
전국 백화점 내 샤넬 매장에서 일하는 화장품 판매직원 334회사를 상대로 '꾸밈노동수당'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노조 측은 "규정된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몸단장하는 시간에 대한 추가수당 지급을 요청한 것"이라며 "각 직원에게 3년 동안 초과해 근무한 시간에 대한 수당인 500만원씩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지난 1일 매장 내에서 'OT수당 지급하라', '그루밍 OT 오전 OT 인정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도 벌였는데요.
 
=샤넬은 업계 내에서 매장 직원들에게 그루밍(grooming: 몸단장) 룰을 엄격하게 지시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헤어스타일 외에도 사용할 향수까지 지정하고 배지와 크로스백 착용, 크로스백에 소지할 제품까지 지정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샤넬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직원들이 사측의 그루밍 룰에 따르고 있는 만큼 꾸밈노동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한편 직원들은 자사 제품을 이용해 빈틈없이 메이크업을 해야 해 사실상 조기출근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 '꾸밈노동'의 실제 사례
 
사진/픽사베이
 
폭염에도 벗어날 수 없는 '꾸밈노동'의 덫
 
살인적인 날씨로 역대 최악의 폭염을 보냈던 올해 여름에도 여성들은 '꾸밈노동'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가슴과 어깨를 답답하게 짓누르는 브래지어를 입어야 했는데요.
여기에 얇은 겉옷 때문에 브래지어가 비칠까 우려돼 또 캐미솔(여성용 런닝)을 입습니다. 
 
또 화장을 한 이후에는 화장이 땀에 지워지지 않도록 종일 유지해야 하는 강박감 속에 물을 멀리해야 합니다. 
아무리 덥고, 땀이 나도 시원하게 세수 한 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발뒤꿈치 각질이나 겨드랑이털, 다리털 관리는 이제 노동의 범주를 넘어 '예의'와 '청결'의 차원이 되었습니다.
관리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관리를 하지 않으면 수치스럽게 생각되는 것입니다.
 
=꾸밈노동'은 단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화장법을 배우기 위해 동영상 채널을 구독하며 공부와 훈련을 거듭하고, 심지어 학원 수강까지 하는데요.
휴식을 취하거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쪼개어 매일 외출 준비에 1시간 이상을 투자함은 일상입니다.
 
3. '꾸밈노동'이 생겨나는 이유
 
사진/픽사베이
 
“한국 와서 처음으로 화장하게 됐어요”… ‘꾸밈노동’ 부추기는 외모품평
 
'여자의 화장은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타인의 외모를 평가하고 대화 주제로 삼는데 거리낌 없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여성의 ‘꾸밈노동’을 부추깁니다.
 
갓 스무 살이 돼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혹은 직장인이 되면서부터 여성들은 화장을 하지 않으면 ‘혈색이 안 좋다’, ‘입술에 색이 없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예의 없다’거나 ‘자기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공들여 화장을 하고 한껏 차려입은 날에도 타인의 관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좋은데 가냐’, ‘남자친구랑 약속 있냐’, ‘오늘 무슨 날이냐’ 등 타인의 외모와 옷차림에 대해 지적하거나 묘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여성성'이 개인에게 학습되고, 이어 사회적 인정을 위해 '꾸밈노동'을 필수적인 것으로 개인의 영역에서 지속되고 강화되는 것입니다.

4. '꾸밈노동' 관련 논쟁
 
사진/픽사베이
 
여성 화장은 세뇌당한 '꾸밈 노동?'...탈코르셋 운동 둘러싼 페미니스트들의 설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 커뮤니티에서조차 탈코르셋 운동(꾸밈노동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의 운동)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심합니다.
 
한쪽에선 ‘여성이 화장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건 자기만족의 하나이므로 사회적 억압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꾸밈 노동에 시달리도록 세뇌당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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