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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공룡 멸종 위기에 놓인 펀드 시장

2018-11-08 16:38

조회수 : 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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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펀드 시장에는 '공룡 펀드'란 말이 있습니다. 공룡만큼 규모가 크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입니다. 1조원이 넘는 경우에 공룡 펀드라고 부르는 데 그 기준을 넘기느냐 못 미치느냐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꾸준한 성과를 내거나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려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 쓰인 말입니다.

공룡 펀드는 보통 공모펀드 중 벤치마크를 따르는 인덱스펀드가 아닌 투자전략에 따라 주식을 사고파는 액티브 펀드의 설정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투자자가 낸 원금에 수익이 붙은 순자산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두고 모여들었는지를 보려면 투자 원금에 해당하는 설정액이 적절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형 자산운용사별로 1~2개씩은 공룡펀드가 있었습니다. 소위 대표펀드란 수식어가 붙었던 펀드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체 중 1개 밖에 없습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입니다. 과거에 공룡펀드로 불렸던 펀드들은 규모가 1조원 근처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공룡펀드의 숫자가 줄어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시장의 중심이 인덱스펀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7조5000억원 늘었는데 인덱스펀드로 8조2000억원이 들어왔고 액티브펀드에서는 7300억원이 빠졌습니다. 최근 석 달간 새로 나온 상품도 12개 중 11개가 인덱스펀드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 전체 펀드 설정액은 563조원 정도로 2007년말 296조원보다 두 배가 조금 안되게 늘었습니다. 공모와 사모로 나눠보면 공모펀드 설정액은 18%가량 증가했는데 사모펀드는 세배 이상 커졌습니다. 특히 사모펀드는 2015년 말 진입 문턱이 낮아진 뒤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규제가 더 완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표면적인 것 외에 더 근본적인 문제는 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란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볼 때 펀드 시장의 중심이 인덱스, 사모로 옮겨가는 게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이 아예 사라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펀드 붐이 불던 시절 금융투자회사들은 '대박의 꿈'을 파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펀드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을 시절 정보도 없고 이해도 부족한 상태로 '대박'에만 꽂혀 투자자들이 받아든 것은 사실 '쪽박'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큰 상처를 받았고 치유할 기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처가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돈이 좀 된다 싶은 유형의 상품들을 찍어내듯 팔았고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이 돌아왔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 급격히 늘어나면 일부 주식으로 자금이 쏠리게 되고 주가의 왜곡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전략에 차질이 생기면 기대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게 당연합니다.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1조원 이상 자금이 들어왔을 때 오히려 운용이 제약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처음 생각한 적정 규모를 넘어서는 주식을 사서 보유하거나 놀리는 돈이 많아질 수 있어서입니다.

그렇지만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에게 심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 몰이를 하는 펀드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는 공룡펀드의 숫자가 더 빠르게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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