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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 사실상 촉구(종합)

105명 중 '찬성 53·반대 43명' 통과…"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

2018-11-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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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 검토 결의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통과됐다. 검토 의견이지만 대표회의의 위상과 결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촉구'로 풀이된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있는 것이지만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경기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재판개입은 탄핵소추를 검토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총원 119명 가운데 114명이 참석해 ‘법관 탄핵소추안 논의’에 대해 찬성했고, 105명이 최종적으로 투표해 이들 중 과반이 넘는 53명이 ‘법관 탄핵소추 검토’에 찬성했다. 반대표는 이 보다 10명 적은 43명이었으며, 9명은 기권했다.
 
1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참석 판사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법관대표들은 이어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표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해 준 행위나 일선재판부에 연락해 특정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경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결의 전 토론에서는 팽팽한 찬반론이 오갔다. 반대하는 법관대표들은 “탄핵소추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소추는 국회의 의무기 때문에 사법부가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찬성 쪽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탄핵소추를 촉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법관대표회의의 중요 임무 방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탄핵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법관에 의해 자행된 반 헌법적 행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그러나, 이날 결의된 의견을 직접 국회에 전달하지는 않는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규칙에 의해 운영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이고,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있기 때문에 제3의 기관인 국회에 탄핵소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들의 탄핵소추 검토 결의가 확정되자 사법부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관 탄핵소추는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의 권한이고, 헌법도 그렇게 정하고 있다”며 “법관들이 나서 정치적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재경 지법의 다른 평판사도 “설마설마 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불안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직접 탄핵소추를 할 권한은 없지만, 공식적인 결의인 만큼 국회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판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상황을 초기에 수습하지 못한 것이 결국 이렇게까지 확대됐다. 너무 안타깝다”면서 “국민들에게 ‘본 보기 보이기’식으로 비쳐질까 우려 된다”고 했다.
 
반론도 있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결의는 사법부 내의 자정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수단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사태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다른 판사도 “내부의 사법농단 척결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일선 법관들은 자신이 맡은 재판만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정도 사안이라면 대표회의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전체 법관투표에 붙이는 것이 옳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차경환 안동지원장 등 이 법원 법관 6명은 지난 12일 대구지법 법관대표 3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을 전달했다. 이들은 제안서에서 "명백한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하여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 또 형사 절차 진행과는 별개로 탄핵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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