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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권일

지록위마일까 자승자박일까

2018-11-20 11:32

조회수 :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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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록위마’라는 사자성어가 세간에 많이 회자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아내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홍씨 트위터’(@08__hkkim)계정의 주인이라는 경찰의 기소의견을 반박하며 했던 발언에서 나왔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사자성어다. 남을 속여 옳고 그름을 바꾸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시황 본기’에 나온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가 실권을 잡는다. 조고는 장성한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황제로 세워 호가호위한다. 조고는 어느날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말한다. 황제 앞에서 사슴을 말이라고 거짓으로 고한 것이다. 그때 조고의 위세가 얼마나 셌는지 사슴을 사슴이라고 말한 신하는 처형되었다고 한다. 최고권력자 주변에서 허위가 진실을 가리는 일이 벌어지는 일을 비유한다. 
 
지록위마는 2014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구사회 선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정윤회 국정 개입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지록위마는 2016년 전 국민이 알 정도로 폭로되어 국민들의 ‘촛불’로 단죄됐다. 
 
김 지사는 이 고사를 빌어 아내 김씨의 결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측은 현재도 “계정을 누군가 도용”했거나 제3자가 문제가 된 내용을 올렸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경찰은 이 지사의 말처럼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죄 없는 ‘사슴’처럼 순수한 김혜경 씨를 범죄자인 ‘말’로 억지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11월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혜경궁홍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법치주의 사회에서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다만, 진실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 흔적은 있다. 
 
두 사람은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다. 이 지사는 매일 출근길에 아내 김씨와 뽀뽀를 한다고 한다. 두 커플은 지난해 11월 SBS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자신들의 연애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자는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사람 모두 “예능(연기)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다. 온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그렇게 애정이 담긴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게 일반인들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혜경씨에 따르면, 잉꼬부부인 두 부부는 SNS도 같이 했다고 한다. 지난해 김혜경씨는 월간지 <여성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김 씨는 “저와 남편은 침대에 누워서 SNS를 함께 해요. 졸다가 휴대전화 떨어뜨려 얼굴에 맞고 그러죠. 남편은 글을 올리고 저는 주로 댓글을 살펴요...중요한 사안이나 전할 만한 내용은 남편에게 우회적으로 알려줘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후보는 “아내는 SNS를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잉꼬부부인 두 부부의 손발이 이 대목에서는 왜 안 맞은 것일까. 
 
아내 김씨의 이같은 인터뷰 내용은 김혜경씨측 변호사가 했던 반박, 즉 “08__hkkim은 이재명 지사와 새벽 1시 2분에 트위터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부부가 새벽 1시 2분에 트위터로 대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주장과도 엇박자를 낸다.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진실은 기자도 모른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말이 있다.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는 뜻이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은 지록위마일까. 자승자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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