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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집 나간 그들…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2018-11-29 17:26

조회수 : 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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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턴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해외사업장의 50% 이상을 철수해야 유턴기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을 바꿔서 25%만 철수해도 대상이 되게 한 겁니다. 기존에는 제조업에만 적용하던 지원을 지식서비스업까지로 확대했습니다. 표준산업분류상 동일한 세분류(4단위)에 해당해야 유턴기업으로 인정했으나, 개편안에서 소분류(3단위)를 기준으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도 인정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나아가 고용보조금 지원기간을 늘리고 세제 감면 혜택도 강화했습니다. 유턴기업 1인당 월 60만원 지급하는 고용보조금 지원기간을 내년부터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신청기한도 유턴기업 선정일로부터 2년에서 3년으로 늘렸구요.
 
세제 감면은 해외사업장 청산·양도 후 복귀 시에만 적용했던 대기업의 대상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중소·중견기업과 동일하게 해외 사업장 '축소' 후 복귀시에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유턴기업 지원대책 주요내용./자료=산업부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실 지금까지의 지원책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유턴기업은 51개에 불과했고 그마저 41개는 비수도권으로 복귀했다는 통계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무려 4년간의 실적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가 한 말이 생각이 나네요.
 
"한국에서는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인건비와 물류비가 크죠. 아마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야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대 비용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무엇보다 경제가 살아나야 합니다. 유턴기업들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내수가 살아야 하고 시장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당장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보조금을 주고 하는 것들은 일회성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 사정이 좋지 못해 한국으로 들어오기 보다 또 다른 제3국을 찾아 나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국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여건의 입지조건을 가진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관련 업체의 중국 소재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구체적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사례01>
미국에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지식서비스업)를 개발하는 C사는 제도개편이 될 경우 인센티브를 감안하여 국내투자를 검토할 예정
<사례02>
중국에서 유선전화기(2641)를 제조하는 B사는 현지시장규모 축소로 국내로 들어와 스마트폰 부품(2642)을 생산할 계획이나, 유턴 미인정에 따른 국내투자 인센티브가 없어 베트남으로 이전을 고려 중 제도개편 시 국내투자 검토 예정
<사례03>
유턴을 고려중인 소프트웨어개발(지식서비스업) 회사인 K사는 자가 공장 신증설보다 당장 입주하여 사업이 가능한 임대공장을 선호
<사례04>
베트남에 진출한 M사는 당초 국내와의 인건비 격차로 유턴을 포기했으나, 국내 자동화 설비 구축에 대한 정부지원 여부에 따라 유턴 재검토 의사
 
사례를 보면 대책 발표로 당장 많은 기업들이 돌아올 것 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사례01을 보면 '국내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돼 있습니다. 국내 투자를 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 대책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려면 이른바 '유턴법' 개정안 발의가 이뤄져야 하고 심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입법예고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투자라는 것은 시기가 중요합니다. 마냥 정부 대책이 반영될때까지 기업들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사례02와 사례03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개편시 국내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라든가, '당장 입주해 사업이 가능한 임대공장을 선호한다'는 표현이 전부입니다. 국내투자는 언제든 검토 과정에서 결론이 바뀔 수 있고,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임대공장 부지를 갖고 있는 나라는 동남아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나마 사례04에서 유턴 재검토 의사가 있다는 게 정부가 희망하는 내용에 가장 근접한 표현입니다.
 
베트남은 저임금과 정부의 적극적 투자유치 노력 등으로 한국의 섬유, 철강, 전기전자 제조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한 국가다. 사진은 지난 2015년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한 의류 제조업체의 공장 라인 모습. /뉴시스
 
유턴기업 지원책은 제도가 생겨난 뒤 여러차례 발표됐었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으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반대로 해당 기간 동안 국내 산업 여건은 좋지 못했습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고, 고용시장은 쇼크를 넘어 참사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제품의 품질이 좋아야 소비자들이 구매를 합니다. 터만 좋다고 해서 되는 장사가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이라는 제품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면 유턴기업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한국이라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달려들 것입니다.
 
정경부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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